미국, 살해 협박받는 아프간 통역사 추가 구제..실효성 의문도
[경향신문]
미국에 협력했다가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한 아프가니스탄 주민 수천명이 추가로 미국에 갈 길이 열렸다. 하지만 특별비자승인 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미 국무부는 2일(현지시간) 미국에 난민 지위로 정착할 수 있는 아프간 주민의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해 아프간인들에게 거의 8000개 비자를 발급했는데, 의회가 최근 비자 갯수를 8000개 더 늘렸다”는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은 그동안 미군이나 미국 정부에 통역을 제공해온 아프간 주민에게 특별이민비자(SIV)를 발급해왔는데, ‘제2 우선순위자’(P-2)라는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미국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거나, 미국 언론이나 비정부기구(NGO)에 채용됐던 주민과 직계 가족들이 추가 구제 대상이다.
정책의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제2 우선순위 비자 지원자들은 아프간을 떠나야 하고, 심사에 걸리는 12~14개월간 제3국에서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미국은 이들의 출국이나 제3국 체류를 도와주지 않는다. 국제구호단체 인터랙션은 “아프간의 중요한 국경 검문소는 탈레반이 장악했고, 이웃 국가들이 아프간 난민들을 환영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사실상 탈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우리도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미국에는 지난달 30일 특별이민비자를 받은 아프간 주민 약 200명이 도착했다. 이들은 버지니아주의 군 기지에 머물며 비자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특별이민비자에만 2만명이 신청했는데 미국이 허용한 비자 1만6000개는 이들을 모두 구제하기 부족하다. 2001년 아프간 전쟁 이후 미국에 협조한 아프간 주민만 5만명에 달한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특별이민비자로 미국에 건너온 아프간인이 노숙인 신세로 전락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BBC는 지난달 31일 아프간에서 미군 통역사로 활동했던 지아 가푸리(37)의 사연을 전했다. 그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미군을 도왔는데도 특별이민비자는 신청 6년 뒤인 2014년 6월에야 나왔다. 탈레반의 살해 협박에 시달리던 그의 가족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테네시주 내슈빌에 도착했지만, 미국 정부의 추가 지원은 없었다. 그는 스스로 자원봉사자를 수소문해 가까스로 노숙인 쉼터를 안내받았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이달 말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을 완료하기로 했다. 미군이 철군하자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급속히 세력을 확장해 영토 절반 이상을 수복했다. 시민단체는 미군에 협력했다가 탈레반에게 살해 협박을 받는 현지 주민들에 대한 대책을 바이든 행정부에 촉구해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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