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아메리칸' 맞서는 '바이 차이니즈' 있었다
美 기업 손실 불가피..미중 1단계 무역합의 위반 소지도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중국 정부가 엑스(X)선 기계나 자기공명영상장비 등 수백 가지 품목을 100% 국산화하는 새 조달 지침을 지난 5월 내부적으로 발표했다고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해외 공급업체에 새로운 장벽을 설정하는 것으로, 특히 미국의 대중국 수출 기업들의 손실이 예상된다. 아울러 일부 품목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정부 당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임시 봉합한 1단계 무역합의 위반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문서 551은 지난 5월 14일 중국 상무부와 산업정보통신부가 '정부 수입품 조달 지침 감사'라는 명목으로 작성했다고 미 정부 전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사전에 보고되지 않은 카탈로그 70 페이지를 입수해 로이터에 읽어줬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때 이미 이런 내부 문서를 만들지 않는 데 동의한 바 있다. 또한 미국과 2020년 1월 맺은 1차 무역 합의 정신도 위반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에 필요한 건 장벽을 줄이는 것이지, 새로운 장벽을 만드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종합병원과 기업, 기타 국영 바이어에 발송된 이 문서는 의료 장비, 지상 레이더 장비, 시험 기계, 광학 장비, 축산 물품, 지진 장비, 해양, 지질 및 지구 물리학 장비 등 315개 품목에 대해 25~100%를 국내산으로 조달토록 제시하고 있다.
문서는 중국 정부에 의해 공개된 적 없으며, 중국 상무부와 산업정보통신부는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 의원들과 산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의 무역 문제 관련 투명성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
새 지침은 광범위한 제품에 영향을 미치며, 여기엔 중국이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에 따라 추가 구매를 약속한 의료 장비도 포함된다. 자기공명영상장비의 경우 한때 미국 기업의 주요 수출품이었는데, 중국 정부는 새 지침에서 이를 100% 국산으로 조달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국산품 조달 규정은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품목 증가 계획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게 미국 무역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국의 지침은 바이 아메리칸처럼 공개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데다, 중국은 종합병원 같은 기관들이 국영기업에 소속되는 만큼 의료 장비 등 대상 품목이 훨씬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美, 수십억 달러 매출 어쩌나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입액은 1250억 달러(약 143조 원)로, 구매처는 주로 중국의 교육, 보건, 교통, 농업 및 에너지 분야 대규모 국영기업 또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들이었다.
시장조사기관 피치솔루션에 따르면 미국 존슨앤드존슨이나 제너럴일렉트릭, 애보트 같은 기업의 의료 장비 수출 규모는 2018년 총 475억 달러(약 55조 원)였는데, 이 중 45억 달러가 대 중국 수출액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대미 의료장비 수입은 2018~2019년 미중 무역전쟁 기간 감소했고, 1단계 무역합의가 타결되면서 다시 증가하던 중이었다.
더그 배리 미중경제협력위원회 대변인은 "우리도 그 문서 관련 들은 적은 있지만 사본을 보진 못했다"면서 "중국에서 사업하는 회원사들은 시험 장비와 운송 부문에서 경쟁, 입찰 관련 문제들을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경제협력위는 바이든 정부가 조속히 미중 무역정책 검토를 마치고, 오는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관련 문제를 다뤄주길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대중국 무역 정책의 일환으로 '바이 아메리칸'과 '미국 우선주의'를 강력하게 옹호하곤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첫 주 미국 제조업 활성화에 연방정부의 막강한 구매력을 활용하기 위한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지난주에는 정부가 조달한 상품의 국산화 수준 관련 새로운 규정도 공개했다.
한편 미중 무역정책을 검토 중인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번 문건의 미중 무역협정 위반 여부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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