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이사 "테이퍼링 10월 착수"..깜짝 놀란 美 증시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8~9월 고용에 달려..일자리 80만 명대 '관건'
인프라 투자안에 환호하던 증시, 혼조세로
내일 리프트·니콜라 실적 발표..보우먼 연설
8월 첫 거래일인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오늘 증시 이슈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오전엔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안이 미 의회를 통과할 것이란 기대로 강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다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고 국채 금리가 급락했습니다.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1%대로 또 떨어졌습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크리스토퍼 월러 중앙은행(Fed) 이사의 발언은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던 겁니다.
아래는 매일 아침 진행하는 유튜브 한국경제신문 채널의 방송 내용입니다. 오전 8시 20분부터 생방송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증시 종합
2분기 실적 호조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델타 변이 확산 및 긴축 우려가 부각되며 소폭 약세로 마감했습니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꼽히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6.69%나 뛴 19.46을 기록했습니다.
다우 지수는 전 영업일 대비 0.28% 하락한 34,838.16, S&P 500 지수는 0.18% 밀린 4,387.16, 나스닥 지수는 0.06% 오른 14,681.07로 각각 장을 마쳤습니다.
오전엔 오름세를 보이며 8월의 첫 개장일을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점심 무렵부터 약세로 전환했습니다.
특히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국채 금리가 만기를 가리지 않고 하향세를 보였습니다. 벤치마크로 쓰이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20%로, 전날 대비 0.04%포인트 빠졌습니다. 장중 연 1.15%까지 떨어졌습니다.
개별 종목 중에선 잭 도시의 스퀘어(온라인 결제업체)가 단연 눈에 띄었습니다. 하룻동안 10.22% 급등해 주당 272.38달러로 마감했습니다. 호주 1위 후불 결제업체 애프터페이를 290억달러에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테슬라 주가도 주당 700달러를 다시 넘었습니다. 이날 3.27% 뛰어 주당 709.67달러로 장을 마쳤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2분기 S&P 500에 편입된 기업들의 순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85.1% 늘었을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현실화하면 2009년 이후 최고의 성적입니다.
▶인프라 투자안, 의회 통과하나
오전에 증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던 건 2분기 실적 호조 기대와 함께 1조달러 규모의 초당적 인프라 지출안 덕분이었습니다.
미 상원은 도로와 교량, 광대역, 철로, 수도관, 공항 등에 투자하는 1조달러의 인프라 지출안 문구를 최종 마무리했습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오는 9일 시작하는 휴회(휴가철) 이전에 표결에 부치거나, 휴회 자체를 일주일 정도 늦춘 뒤 통과시킨다는 계획입니다.
의회를 통과하면 경기 회복 기대가 살아날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앞서 상원의 여야 초당파 의원들은 인프라 예산 합의안을 도출했는데, 신규 지출만 따지면 5500억달러 규모입니다. 신규 지출은 도로 다리 등 공화당도 필요성에 공감해온 전통적 인프라 지출입니다. 비교적 쉽게 합의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왔습니다.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애초 제시했던 4조달러 규모의 투자안이 수정없이 의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조 맨친 의원 등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규모 재정 투입에 대한 반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커진 델타 변이 우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경기 회복을 늦출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증시의 추가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미국 내 사망자 수가 하루 평균 200여 명에 불과하지만 확진자 수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분적인 규제도 다시 도입되는 분위기입니다. 규제가 늘면 여행주가 먼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7일간 하루 평균 7만2000여 명에 달했습니다. 최소 1회 백신을 맞은 성인 비율이 70%에 달하지만 다음달 중순까지 최대 30만 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워싱턴대)도 나왔습니다.
현재 미국의 코로나 누적 환자는 총 3500만 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누적 사망자 수는 61만3200여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따라 샌프란시스코는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뉴욕도 강력 권고했습니다. 월마트 타깃 등 개별 기업들은 자사 직원을 대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습니다.
경제 지표 역시 조금 둔화할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이날 발표된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7월분은 59.5로, 전문가 예상치인 60.8을 밑돌았습니다. ISM의 제조업 PMI는 올 3월에 64.1을 기록하며 1983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지난달 다시 60 아래로 떨어진 겁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한 데 이어 제조업 지표도 일부 꺾인 겁니다.
▶Fed 인사의 조기 테이퍼링 발언
Fed 내 주요 인사의 테이퍼링 관련 발언이 막판 주요 지수를 끌어내린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FOMC에 매번 참석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빠르면 10월부터 테이퍼링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월러 이사는 “이달과 다음달 고용이 80만 명대로 증가하면 테이퍼링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라며 “9월엔 (테이퍼링) 발표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금주 금요일과 다음달 초 미 노동부가 발표할 고용 보고서 내용에 따라 테이퍼링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월러 이사는 “다만 7월처럼 고용 지표가 강하게 나오지 않는다면 (테이퍼링) 상황이 두달가량 밀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월가에선 지난달의 비농업 신규 고용자 수가 78만8000명으로, 전달(85만 명)보다는 적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실업률은 5.7%로, 전달(5.9%)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오늘 이슈 정리 및 내일 일정
오늘 뉴욕증시는 오전에 강세로 출발했다가 오후에 약세로 돌아섰습니다. 가장 큰 배경은 ①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안 통과 기대감 ②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국채 금리 급락 및 경기 둔화 우려 ③ 월러 Fed 이사의 10월 테이퍼링 가능성 발언 등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내일은 또 다른 Fed 이사인 미셸 보우먼이 공개 강연에 나섭니다. 뉴욕연방은행은 가계부채 보고서를 내놓습니다. 7월의 자동차 판매량이 공개되는데, 최근의 부품난이 얼마나 완화됐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리프트와 니콜라, 하얏트호텔, 메리어트, 필립스 등은 2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어떤 실적 가이던스를 내놓느냐에 따라 개별 주가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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