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라의 畵音] 새로운 예술은 고정관념을 부순다
(서울=뉴스1) 노엘라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가 = '헬리콥터 현악 4중주'라는 곡이 있다. 전자음악의 선구자 카를하인츠 스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 1928~2007)이 작곡한 곡이다. 이 곡은 연주자들이 서로 다른 헬리콥터 안에 들어가 상공에서 서로 떨어진 채 연주하는 곡이다. 헤드폰을 통해 서로의 소리를 듣는 방식으로 앙상블을 이룬다. 이들의 연주 모습은 모니터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음악은 반복되는 빠른 음을 연주하는 트레몰로와 미끄러지듯 소리 내는 글리산도 등으로 이루어져 음악이라기보다는 소음에 가까운 소리로 들린다. 연주 중간에 연주자들은 악기와 더불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들의 이런 소리는 기체의 프로펠러 소리와 섞여 더욱 생소한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기이한 작품은 1991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한스 란데스만의 의뢰로 만들어졌다. 이 곡은 본래 1994년 오스트리아 공군과 TV 채널들의 도움을 받아 초연하려 했으나 오스트리아 녹색당이 "공기를 오염시킬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해 무산됐고 결국 199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초연됐다.
스톡하우젠이 음악사에 미친 영향은 대단하다. 전자기술을 음악에 도입해 여러 실험적인 음악을 만들어 내고, 음표 대신 시적 문구를 적어 연주자에게 주고는 그들의 직관을 끌어내려 했다. 음악보다 소음에 가까운 소리들을 만들어내며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자신은 "음악을 파괴하지 않았다. 새로운 것을 더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미술에서는 백남준(1932~2006)이 전자기술을 작품에 도입, TV를 이용한 비디오 아트라는 장르를 만들었다. 백남준은 스토하우젠의 전자음악과 4분 33초 동안 연주자가 무대에 나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곡, '4분33초'를 작곡한 존 케이지의 실험적 음악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백남준은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 테이프와 피아노를 위한 음악'이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클래식에서부터 소음까지 미리 녹음한 테이프를 피아노와 함께 연주하는 형식의 공연이었다. 이 공연에서 백남준은 피아노를 연주하다 갑자기 피아노 줄을 가위로 끊어버리고 악기를 때려 부셨다. 피아노에서는 선율대신 부서지는 소음이 났을 터. 피아노가 내야 하는 소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행위예술이었다. 건반의 소리를 내야만 하는 피아노의 숙명을 바꾸는 기존 음악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는 스톡하우젠처럼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더불어 기존 예술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1984년, 인공위성을 이용해 뉴욕, 샌프란시스코, 파리의 다원 생중계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백남준은 소설 '1984년'의 저자 조지 오웰에게 1984년 현재, 오웰이 주장했던 매스미디어에 지배 당하는 그가 그린 소설 속 모습은 틀렸음을 주장한다. 이 작품을 통해 백남준은 매스미디어를 통해 감시와 통제를 당하는 억압의 시대가 아닌 기술과 인간이 어우러진 세상을 보여준다.
또한 전자기술을 통해 세계가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백남준은 영국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의 말 "동양은 동양이고, 서양은 서양일 뿐, 둘은 결코 만날 수 없다"에 대한 반발로 1986년, '바이바이 키플링'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동서양을 미디어로 연결짖는 작업이었다. 이 작업에서 백남준은 '굿 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처럼 위성으로 미국, 일본, 한국을 연결해 비틀즈의 컴 투게더(Come Together)부터 한국의 무당까지, 동서양의 문화를 섞어 보여주었다.
백남준은 대중매체인 TV를 이용해 소통을 표현했다. 1974년작 '전자 초고속도로'는 TV를 미국 지도의 모양으로 설치했다. 그리고는 각 주마다 다른 영상을 재생한다. 지금의 인터넷으로 연결된 것과 같은 세상을 예견한 것일까? 그는 전자 통신 기술로 인해 세상이 연결되고 소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현재, 그의 주장은 사실이 됐다.
전자기술을 예술작품에 도입한 백남준과 스톡하우젠. 그들의 앞서간 예술은 미래를 내다보고 미래에 영향을 끼쳤다. 스톡하우젠의 전자음악은 클래식을 넘어 팝 음악에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시도는 힙합의 샘플링, 일렉트로닉 음악 등에 큰 영향을 주었고 데이빗 보위, 마일즈 데이비스, 프랭크 자파 등 여러 팝 가수들에게도 영감을 주었다. 전설의 그룹 비틀즈의 투모로우 네버 노우즈(Tomorrow Never Knows)라는 곡 역시 스톡하우젠의 '소년의 노래'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느낄 수 있다. 비틀즈는 그들의 앨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앨범에 자신들이 영향을 받은 많은 유명인들과 함께 스톡하우젠의 사진을 삽입하기도 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로 음악과 미술의 고정관념을 부숴버린, 그로 인해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혼란에 빠지게 한 혁명가들. 그들은 왜 이런 예술을 시도했을까?
"새로운 미디어를 사용한 예술 작품이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의식으로 이어질 수 있고, 따라서 감각, 지각, 지능, 감성을 확장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 사람들은 내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스톡하우젠)
"예술이란게 반은 사기입니다. 속이고 속는 거지요. 사기 중에서도 고등 사기입니다.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게 예술이죠."(백남준)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들고, 새로운 경험으로 의식의 세계를 확장시켜야만 하는, 그 속에서도 짚은 감동을 전달하고 있는 수 많은 예술가들이 새삼 경이롭다.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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