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의 매크로뷰]이른 것이 늦은 것 보다 낫다

2021. 8. 3.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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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최근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론이 힘을 받고 있다. 정부의 다양한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조절하지 않으면 부동산시장의 상승을 억제 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정상적이지 않으며,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하게 되고 연준 또한 테이퍼링을 진행하게 된다면 전반적인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집값 또한 하락 할 수 있음을 경고 하고 나섰다. 한국은행 역시 금융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연내에 금리 인상이 필요하며 빠르면 8월에 금리인상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런 경고에도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상반기에만 3.18% 올라 지난해 연간 상승률(3.01%)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 1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집계에선 수도권 아파트값이 한 주간 0.36% 올라 집계가 시작된 2012년 5월 이래 최고의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도 같은 기간 0.19% 올라 2019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렇게 되면 시장이 정부의 경고를 듣지 않는 듯 하다. 오히려 금리인상에 대한 경고가 시장 참여자의 부동산 구입을 서두르게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러기에 이제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중앙은행이 더 이상 금리 인상을 미룰 수는 없을 것이며, 정부는 금리인상을 통한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을 공산이 크다.

국민들의 코로나 팬데믹 해결을 위해 정부가 제공한 유동성은 오히려 국민들에 대한 부의 불평등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유동성 과잉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자산을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부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은 이미 주택을 소유한 기성세대와 처음 주택을 구입하거나 자녀의 성장으로 주택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젊은 세대간의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 주택 가격 상승이 위기 극복을 위해 돈을 찍어 제공한 유동성 때문이라면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에게 두 배의 빚을 떠넘기게 된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떠안기 위해 빚을 지게 된 젊은 세대는 높아진 가격의 부동산을 기성세대로부터 인수하게 되면서 상승한 자산평가액 만큼의 빚을 또 한번 지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시장과 중앙은행의 소통측면이다. 이미 한국은행은 7월 금통위를 통해서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을 고려하겠지만 현재의 경제 성장률과 물가를 고려하면 8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음을 시장에 시사했다. 또한, 최근 2분기 GDP 성장률을 발표하면서 2분기 성장률이 한은의 전망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추경을 생각하면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자 간담회를 통해 밝혔다. 이는 성장을 고려해 금리 인상을 앞당길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 본다.

셋째는 정부와의 협력측면이다. 흥미롭게도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한은의 금리인상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부 경제정책 입안자들은 성장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데,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대개 금리인상을 꺼리는 편이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최근 “통화정책과 정부정책은 경제 여건에 따라 서로 다른 길을 갈 수 있지만 상호 보완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금리인상과 확대적 재정정책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성장을 뒷받침하면서 금융안정에 대한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혼합된 같은 정책의 두 부분이란 것으로 읽힌다.

한국은행이 금융불균형의 우려에도 쉽게 금리를 올릴 수 없었던 것은 금리 인상이 팬데믹 동안 생존을 위해 많은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또 금리 인상은 이자 지급을 증가시키고 소비를 억제해 중소기업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어서 단순히 부동산 시장 안정만을 위해서 금리를 올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지난 7월 금통위에서 한은총재가 8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음에도 금융시장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경제효과로 경제가 불안정할 때 과연 한은이 금리인상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던 것 같다.

시장의 우려와 같이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은 쉽게 나아지고 있지 않다. 최근 확진자 수는 거리두기 단계 상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줄어들고 있지 않다. 이대로라면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8월 중순까지 연기해야 하는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이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음식점은 매출이 반토막 났다는 언론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의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과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8월 보다는 10월에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장참여자도 있다. 아직 2차까지 백신접종을 완료한 인구가 13.3% 수준이고 1차 접종 숫자도 34.6% 정도에 머물고 있어 영국과 같이 바이러스 전파우려에도 병원입원 숫자가 안정적이어서 거리두기를 완화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는 지속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는 7월 2일 조찬 간담회를 마친 후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은 경제 상황에 따라 서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은과 정부가 상호 보완적인 정책을 통해 성장과 금융 안정 지원을 위해 각자 제 역할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본다. 정부는 경제 지원을 위해 재정정책을 계속 확대하고 한은은 유동성을 줄여 자산가격 거품의 위험을 줄이겠다는 얘기이다. 7월 28일 홍남기 부총재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 할 수 있음을 경고하며 부동산 추가매수 자제를 권고 하였다. 이제는 이에 대해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으로 화답 할 것으로 본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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