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본 日팬들 “배구장에서 욘사마를 보았다”

도쿄/양지혜 기자 2021. 8. 3.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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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다이어리] 열도에 부는 김연경 열풍

“일본인이니까 당연히 일본이 이기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경기를 보면서 한국의 김연경도 응원했습니다. ‘욘사마(ヨン様)’가 코트에서 구르고 울부짖는 걸 보면서, 저런 선수가 있는 팀이라면 져도 납득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한일전이 한국의 승리로 끝난 이후 일본 소셜미디어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33)에 관한 글이 신앙고백처럼 줄줄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밤엔 경기가 끝난 직후 트위터에서 김연경의 일본어 해시태그(#キムヨンギョン)가 7000건을 돌파, 실시간 트렌드 1위를 차지했다. 일본 트위터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얘기하는 선수가 김연경이었다는 뜻이다.

스포츠 만화 강국인 일본이기에 김연경의 활약에 대한 울림이 컸다. 일본엔 배구 만화 ‘하이큐’를 필두로 농구 만화 ‘슬램 덩크’, 축구 만화 ‘캡틴 츠바사’, 야구 만화 ‘H2′ ’터치’ 등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린 스포츠 만화가 많다. 이 만화들의 공통점은 솔선수범하는 주장의 리더십 아래 팀원들이 하나로 뭉쳐 난공불락일 것 같은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이다. 김연경은 한일전에서 온몸을 내던져 공을 받아내고, 온 힘을 다해 뛰어 공을 내리꽂았다.

김연경과 탤런트 박서준. 일본 팬들은 서로 닮았다고 말한다.

세계 랭킹 차이(일본 5위, 한국 14위)가 보여주듯 양 팀의 기본 전력에선 일본이 앞섰고, 일본은 주포가 3명(고가 사리나, 이시카와 마유, 구로고 아이)이나 포진했지만 한국은 김연경 혼자 막아냈다. 주장의 분투에 한국 선수들은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내 덤볐고, 결국 한국이 이겼다. 일본 트위터에서 가장 많은 호응을 끌어낸 글들은 이런 내용이다. “배구장에서 욘사마를 보았다” “다들 경기 보고 김연경에게 반했지? 손 들어봐!” 김연경의 별명인 ‘식빵 언니’의 뜻을 묻거나,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의 일본 흥행으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박서준과 닮았다는 의견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일본 언론들도 자국 선수들의 분패보다 김연경의 활약을 비중 있게 다뤘다. 한일전이 이틀 지난 2일까지 ‘김연경 뉴스’는 야후 재팬 포털사이트 상단을 점령했다. 김연경은 2009년부터 2년간 일본 여자배구단 JT마블러스에서 활약해 일본 사람들에 친숙하다. 김연경이 입단할 당시 JT마블러스는 최하위권(10팀 중 9위)을 전전했지만, 김연경이 25연승을 이끄는 등 단숨에 2시즌 연속 우승권 팀으로 끌어올려 상대팀 감독들에게서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는 극찬을 받았다. 다케시타 요시에 등 팀 동료들은 “우리에게 욘사마는 배용준이 아니라 김연경”이라고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 매체 ‘더 다이제스트’는 “한국의 주장 김연경이 일본과의 대결에서 팔면육비(八面六臂·언제 어디서든 능히 일을 처리하는 수완) 활약으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한국의 수퍼스타는 공수 양면에서 완벽했을 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끊임없이 질타하고 격려하며 팀 전체를 지휘했다. 쌍둥이 선수의 이탈로 팀이 공중 분해될 뻔했지만 김연경은 특유의 통솔력으로 훌륭하게 팀을 반등시켰다”고 평했다. 문춘온라인은 “김연경은 일본 리그에서 실력을 향상시켜 유럽까지 진출한 선수”라고 뿌듯해하며 “한국의 팀 분위기가 워낙 좋아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도 기대가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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