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부처까지 "전례 없고 과도하다"고 하는 언론봉쇄법

조선일보 2021. 8. 3.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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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쟁점 조항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반대 투쟁 릴레이 시위 중인 KBS노동조합의 허성권 위원장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허위·조작 보도 등 이른바 '가짜 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의무를 부과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강행 처리됐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이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물릴 수 있게 하는 언론중재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우려를 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출석한 오영우 문체부 1차관은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 “지금 전례도 없다”고 했다. 특히 손해배상의 하한액을 두는 규정에 대해 “정말 이것은 다른 입법례도 없고 너무 과도한 그런 것”이라고 했다.

정부 부처조차 무리하다는 법을 민주당이 만들려는 목적은 정권에 대한 언론사의 비판 기능을 박탈하려는 것이다. 무더기 징벌 소송 제도 앞에서 위축되지 않을 언론은 거의 없다. 야구 투수에게 스트라이크 아닌 볼을 던지면 징벌을 가한다고 한다면 누가 정상적 경기를 할 수 있겠나.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미 “해외 주요국에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별도 규정한 사례는 찾지 못했다”고 했다. 문체부 내부에서도 이 법안에 대해 “정말 통과되면 한국의 언론 자유 순위가 떨어질 수 있어 걱정스럽다” “언론 자유가 제어되는 상황은 옳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전문가들도 “언론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과잉 입법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해왔다.

당시 국회 소위에선 여당 의원도 문제 조항에 이견을 드러냈다. 언론 보도에 고의가 없다는 입증 책임을 언론사가 지게 하는 조항에 대해 김승원 의원은 “제가 20년간 알고 있던 손해배상 법리는 배상을 청구하는 측이 입증해야 된다는 것”이라며 “다른 의원님들은 그 이해가 다른 거냐”고 했다. 전문가들이 제기해왔던 당연한 지적이었지만 여당 소위원장은 얼버무렸다. 야당을 배제하고 여당 의원들끼리 법안을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졸속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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