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식탁이 그리운 1타 강사

김민희, 요리 강사·‘푸른 바당과 초록의 우영팟’ 저자 2021. 8.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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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에 현우진(수학 강사)이 있다면 옥수동엔 김민희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옥수동 1타강사 김민희입니다.” 우리 집 식탁에 모여 앉은 수강생들이 오늘도 배를 잡고 웃는다. 스스로를 ‘1등 스타강사’라 칭하며 요리를 가르치는 나는 한때 경찰서를 출입하는 기자였다.

일러스트=김도원

고향 제주의 방송사에서 일하던 나는 중앙언론사 입성을 꿈꾸며 늦은 나이에 다시 상경했다. 하지만 도전은 실패로 끝이 났다. 꽉 찬 나이의 내가 다시 사회에 설 수 있는 자리는 없어 보였다. 그때 시작한 게 블로그였다. 신혼 초 왕성하게 요리하던 때라 집에서 만든 음식 이야기를 기록했다. 방문자가 차츰 늘더니 요리를 가르쳐 달라는 청이 쇄도했다. 2013년 12월 마침내 수업을 개설했다. 그 쿠킹클래스가 내년이면 10년이다.

“요리는 확실해서 좋아. 공들이면 공들인 만큼 맛이 좋아지거든.” 어릴 적 엄마가 들려준 말처럼 요리는 땀을 흘린 만큼 결과가 나와 좋았다. 독학으로 이 세계에 우연히 흘러들어온 만큼 남보다 갑절은 노력해야 했다. 서툰 칼질을 바로잡기 위해 무 12개를 사다가 5시간을 쉬지 않고 채로 썰며 수련했다. 생강 10㎏을 다듬어 청을 만들고, 고두밥 35인분과 엿기름을 고아 만든 조청을 설탕 대신 사용해 수업했다. 힘든 점도 많았지만, 매식(買食)으로 끼니를 때우던 주부가 나를 만나 요리를 시작하고 온 식구가 행복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보람이 커졌다. 내 직업을 사랑하고 헌신하게 됐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유례 없이 힘들었다. 수강생 규모를 줄이고, 마스크 쓰고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늘 마음을 졸여야 했다. ‘쿠클(쿠킹 클래스)’ 업계도 줌이나 동영상 강의로 이동하는 추세지만 수업의 꽃인 ‘시식’을 영상으로는 경험할 수 없으니 아직 고민이 많다. 주방이 꽉 차게 수강생을 맞아 비지땀 흘리며 웍을 흔들고, 있는 힘껏 돈가스 망치를 두드리며 요리해 다 같이 음식을 맛보던 식탁이 너무나 그리운 요즘이다.

김민희, 요리 강사·‘푸른 바당과 초록의 우영팟’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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