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식탁이 그리운 1타 강사
“대치동에 현우진(수학 강사)이 있다면 옥수동엔 김민희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옥수동 1타강사 김민희입니다.” 우리 집 식탁에 모여 앉은 수강생들이 오늘도 배를 잡고 웃는다. 스스로를 ‘1등 스타강사’라 칭하며 요리를 가르치는 나는 한때 경찰서를 출입하는 기자였다.
고향 제주의 방송사에서 일하던 나는 중앙언론사 입성을 꿈꾸며 늦은 나이에 다시 상경했다. 하지만 도전은 실패로 끝이 났다. 꽉 찬 나이의 내가 다시 사회에 설 수 있는 자리는 없어 보였다. 그때 시작한 게 블로그였다. 신혼 초 왕성하게 요리하던 때라 집에서 만든 음식 이야기를 기록했다. 방문자가 차츰 늘더니 요리를 가르쳐 달라는 청이 쇄도했다. 2013년 12월 마침내 수업을 개설했다. 그 쿠킹클래스가 내년이면 10년이다.
“요리는 확실해서 좋아. 공들이면 공들인 만큼 맛이 좋아지거든.” 어릴 적 엄마가 들려준 말처럼 요리는 땀을 흘린 만큼 결과가 나와 좋았다. 독학으로 이 세계에 우연히 흘러들어온 만큼 남보다 갑절은 노력해야 했다. 서툰 칼질을 바로잡기 위해 무 12개를 사다가 5시간을 쉬지 않고 채로 썰며 수련했다. 생강 10㎏을 다듬어 청을 만들고, 고두밥 35인분과 엿기름을 고아 만든 조청을 설탕 대신 사용해 수업했다. 힘든 점도 많았지만, 매식(買食)으로 끼니를 때우던 주부가 나를 만나 요리를 시작하고 온 식구가 행복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보람이 커졌다. 내 직업을 사랑하고 헌신하게 됐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유례 없이 힘들었다. 수강생 규모를 줄이고, 마스크 쓰고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늘 마음을 졸여야 했다. ‘쿠클(쿠킹 클래스)’ 업계도 줌이나 동영상 강의로 이동하는 추세지만 수업의 꽃인 ‘시식’을 영상으로는 경험할 수 없으니 아직 고민이 많다. 주방이 꽉 차게 수강생을 맞아 비지땀 흘리며 웍을 흔들고, 있는 힘껏 돈가스 망치를 두드리며 요리해 다 같이 음식을 맛보던 식탁이 너무나 그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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