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89] 승리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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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566년,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아테나 여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개최하던 파나테나이아 제전에 운동경기를 추가한 대(大)파나테나이아를 4년에 한 번 개최하기로 했다. 달리기, 원반 던지기, 전차 경주 등 다양한 경기 우승자에게는 고급 올리브 오일을 가득 채운 암포라를 수여했다. 암포라란 둥근 몸통에 두 손잡이가 달린 목이 긴 물병으로 일상에서 흔히 쓰던 그릇이라 남아 있는 유물 크기와 문양이 대단히 다양하지만, 이 ‘파나테나이아 부상(副賞) 암포라’는 대체로 정해진 규격에 따라 제작됐다. 40리터들이 크기에 전면에는 방패를 든 아테나 여신이, 뒷면에는 해당 종목 경기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클레오프라데스의 화가’라고 알려진 도기 화가의 이 그림에서는 지금 격투기의 일종인 판크라티온이 한창이다. ‘모든(pan)’과 ‘힘(kratos)’의 합성어인 판크라티온은 레슬링과 킥복싱을 한데 합친 것처럼 상대 선수의 온몸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격해 죽이거나 항복을 받아야 끝나는 잔인한 경기였다. 가까스로 발길질을 막아내며 역공을 노리는 격투 뒤에 심판이 서 있기는 하나, 사실 판크라티온에서는 눈을 찌르거나 귀를 물어뜯으면 안 된다는 두 가지 제재를 빼고는 무엇이든 허용됐다. 긴 머리를 찰랑대던 고대 그리스 청년들의 헤어스타일이 쇼트컷이 된 건 판크라티온이 엄청난 인기를 누리면서부터다. 나체에 기름을 바른 채 뒤엉켜 싸워야 하는 경기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면 머리채나 잡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승리를 위해 머리카락 한 올까지 ‘모든 힘’을 다해 싸워 이긴 선수들은 ‘부상 암포라’를 품에 안았을 뿐 아니라 온 시민들에게 영웅 대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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