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오바마 회고록

곽아람 기자 2021. 8. 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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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 회고록 '약속의 땅'

지난해 11월 출간 첫날 90만부 팔리고 현재까지 전세계 582만부 판매된 오바마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 번역본이 마침내 출간되었습니다. 국내 출판사는 웅진지식하우스. 900쪽 넘는 방대한 분량이고, 심지어 두 권 짜리 회고록의 첫 권만 나온 것이라는데 굉장히 매끄럽고 흡인력 있게 잘 읽힙니다. 오바마는 이미 이 책 말고도 두 권의 자서전을 썼죠.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1995)과 ‘담대한 희망’(2006)인데, 두 책에서 이야기한 유년시절, 청년시절 이야기와 정치 초년생 때 이야기를 이번 책 앞쪽에 압축해 넣었고, 백악관에 들어가 2011년 5월 빈 라덴 사살작전에 성공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개혁이 낫다, 혁명은 가난한 사람을 더 힘들게 하니까”

자신의 유능함에도 물론 방점이 찍혀 있지만 그보다는 인간적인 측면에 집중하려고 애썼습니다. “대통령도 결국은 직업”이라 말하며 직업인으로서의 고뇌와 갈등을 토로하려 합니다. 이를테면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고 미국 국민이 환호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외부의 테러리스트를 죽이는 것 말고는 국민이 하나가 되는 방법이 없을까?’ 고뇌하는 부분이 대표적입니다.

의미도 있고 흥미롭기도 한 책이지만 어디까지나 미국 대통령이 미국 국민을 상대로 쓴 책이라 미국 특유의 애국주의가 우리 입장에서는 과도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어떤 묘사는 미국인들에게는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같은 아시아인 입장에서는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을 일러 “활기가 없지만 정직하고 낙관적인 사람” “그의 영어는 유창했으나 외국인 액센트가 강했다” 같은 표현을 쓰고 있는데 ‘PC’의 결정체인 미국 민주당을 대변하는 오바마가 이런 표현 써도 되는 걸까? 정말 궁금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책임은 분명합니다. 앞부분에 나오는 ‘책’에 대한 구절이 특히 좋았습니다. 어린날 자신을 버린 아버지, 혼혈인 자신의 정체성 등으로 갈등하던 오바마는 결국은 책이라는 피난처를 찾았다고 하네요.

내가 찾은 피난처는 책이었다. 어머니에게서 배운 독서 습관은 아주 어릴 적부터 배어 있었다. 내가 지루하다고 짜증 낼 떄, 나를 인도네시아 국제학교에 보낼 여력이 없을 때, 애 봐줄 사람이 없어 나를 데리고 일하러 가야할 때 어머니는 으레 책을 내밀었다. 가서 책을 읽으렴. 다 읽고 나서 뭘 배웠는지 말해줘.

아내 미셸과의 갈등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적었는데, 미셸 오바마 자서전 ‘비커밍’과 함께 읽으면 더 재미있는 독서가 될 것 같습니다. 같은 사안에 대해 남편과 아내의 관점이 얼마나 다른지를 알 수 있거든요.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 ‘비커밍’ 표지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통찰은 결국 이 구절이 아닐까 합니다. 저마다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다를텐데, 버락 오바마라는 이 인간이 무엇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지 잘 응축되어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시나요?

“나는 언제나 이념을 추구하면서 삶을 기꺼이 희생했지만 수많은 사람의 행복을 걸고 그런 위험을 감수할 생각은 없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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