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울음통

- 2021. 8. 2. 23:2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8월입니다.

울음이 다 빠져나간 텅 빈 몸에 슬픔이 슬며시 자리 잡았습니다.

아무리 더워도 아무리 추워도 한시도 잊은 적 없는 그녀.

8월의 바람이 울음이 다 빠져나간 나를 하얗게 태우고 있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허향숙
매미의 몸은 죄다 울음통이에요 울음을 쏟아 내지 않고는 이 여름을 건너갈 수 없어요 울고 또 울다 보면 빈 껍데기만 남겠죠
 
오래전 떠난 그녀 때문에 밤을 도와 울었어요 우는 일이 천직인 양 소낙비처럼 퍼붓다가 가랑비처럼 가랑대다가 폭풍우처럼 몰아치다가 매미의 최후처럼 텅 빈 몸이 되었지요
 
8월의 바람은 뜨겁다 못해 하얘요 울음이 다 빠져나간 매미의 사체를 하얗게 태우고 있어요
8월입니다.

폭염에 마스크까지 쓰고 다니자니 숨이 턱턱 막힙니다.

매미는 왜 그리 울어대는지요.

매미는 칠 년 만에 세상에 나와 반짝 빛나는 삶을 살다 갑니다.

매미의 울음을 듣다 보니 오래전 떠난 그녀가 생각납니다.

그녀가 이 세상을 떠나갔을 때

나는 소낙비처럼 울음을 퍼붓다가 가랑비처럼 가랑대다가

폭풍우처럼 몰아치다가 결국 탈진상태가 되었습니다.

매미의 최후처럼 텅 빈 몸이 되었던 거지요.

울음이 다 빠져나간 텅 빈 몸에 슬픔이 슬며시 자리 잡았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면서

나는 늙는데 슬픔은 늙지도 않는가 봅니다.

아무리 더워도 아무리 추워도 한시도 잊은 적 없는 그녀.

8월의 바람이 울음이 다 빠져나간 나를 하얗게 태우고 있습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림지언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