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더 때리는 與.. "똘똘한 한채 선호 더 커진다"

정순우 기자 2021. 8. 2.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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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보유 혜택 대폭 축소안 발의

2일 더불어민주당은 1주택자의 양도세 면제 기준을 기존 실거래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하되, 양도차익에 따라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을 차등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6월 당론으로 채택하며 입법을 예고한 사안이다. 그런데 유동수 의원 등 14명 공동 명의로 발의된 이번 개정안에는 당시 거론되지 않았던 다(多)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현재는 다주택자가 여분의 주택을 모두 처분하고 1주택자가 되는 즉시 1주택자와 동일하게 양도세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개정안은 다주택자가 1주택자가 된 시점부터 각종 공제에 필요한 보유·거주 요건을 새롭게 충족하도록 규정했다. 최고 공제율인 80%를 적용받으려면 1주택자가 된 시점부터 다시 10년간 보유·거주해야 하는 것이다. 대신 이 제도의 시행을 2023년 1월로 못 박아 1년 4개월의 유예 기간을 주기로 했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도록 유도해 집값을 잡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주택자 최종 1주택 처분 시 양도세 공제 기간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의도한 정책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 중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자산은 처분하고 서울 인기 지역 ‘똘똘한 한 채’는 남겨두면서 시장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7월 임대차법 개정 후 ‘전세 대란’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다주택자를 더 옥죄는 것은 전·월세 시장 안정 측면에서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주택자 장기보유 稅 혜택 대폭 축소

대표 발의자인 유동수 의원은 이번 개정안 중 다주택자 양도세 규제 강화와 관련해 “실거주 목적이 아닌 단기 차익을 노린 다주택자의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장기보유 실수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 바뀐 법이 적용되면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예컨대 10억원에 매입한 아파트에서 보유·거주 요건을 다 채운 다주택자가 다른 주택을 다 처분하고 1주택자가 되면서 살고 있던 아파트를 20억원에 팔 경우 현행 양도세는 2499만원이다. 하지만 여당 개정안대로라면 양도세가 1억4696만원으로 5배가량 늘어난다는 게 우병탁 신한은행 팀장의 계산 결과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세금 부담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집을 처분하더라도 정부와 여당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시장 분위기가 흘러가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지금껏 다주택자 규제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이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집을 처분하고 서울 인기 지역 ‘똘똘한 한 채’로 옮겨가며 시장 양극화만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 경우 서울과 수도권·지방 간 양극화만 심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양 소장은 “특히 지금은 전세 대란이 심각하고, 3기 신도시 청약 등 늘어나는 전세 수요에 비해 주택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데 민간 임대 공급자인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무주택 세입자의 피해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시장 양극화·전세난 부추길 것”

이미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이 최고 75%에 달하는 등 퇴로가 막혀 있어 추가적인 규제로는 이들을 움직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온갖 규제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아 있는 다주택자는 버티기로 결심한 사람이라고 보는 게 맞는다”며 “이들을 움직이려면 세금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한시적으로나마 완화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년간 다주택자 규제를 쏟아내고도 집값 폭등을 막지 못했는데 아직도 여당은 ‘집값 급등은 다주택자 탓’이라는 프레임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여론을 위해 내놓는 극단적인 규제들은 결과적으로 시장 왜곡을 심화시키고 국민들의 고통만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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