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양심양산' 비치 무료 대여 "폭염 피하고 거리 두기도 딱 좋아"

글·사진 박태우 기자 2021. 8. 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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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양산쓰기 운동

[경향신문]

양산을 쓴 시민들이 1일 오후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의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김광석거리·동성로·역사 등
대여소 160곳 1만여개 비치
남성들도 스스럼없이 이용
색상도 다양해 거리에 생기
동행인과 자연스레 거리 둬
“생활밀착형 방역으로 적격”

“한결 시원하고 쾌적하네요. 옆 사람과 거리도 유지돼 코로나 걱정도 덜고.”

대구의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기록한 1일 오후 2시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 양산을 받쳐든 김진규씨(52·회사원)가 “무더운 날씨에는 양산이 최고”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씨는 대구시가 동성로에 비치해놓은 ‘양심양산’을 무료로 빌려 쓰고 인근 서점으로 가는 중이었다. 김씨뿐 아니라 30~40대 남녀 4명도 다양한 색상의 양산을 받쳐들고 있었다.

대구시가 2019년부터 폭염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양산쓰기 운동’이 시민들에게 호응을 받으며 확산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달 초부터 관공서와 관광지 등 160곳에 양심양산 대여소를 설치했다. 이곳에는 모두 1만2800개의 양산이 놓여 있다. 6곳, 3000개였던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났다. 대여소는 시청과 8개 구·군,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등 관공서를 비롯해 김광석거리, 근대골목, 두류공원 등 관광지와 도시철도 3호선 주요 역사 등 시내 곳곳에 있다. 원하는 시민은 누구나 무료로 가져다 쓰고 반납하면 된다.

양산의 색상도 크게 바뀌었다. 지난해에는 검은색뿐이었으나 올해는 하양·검정·분홍·파랑 양산이 등장했다. 시민들의 취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날 김광석거리에서 만난 장주연씨(37)는 “양심양산이 비치돼 있어 요긴하게 사용했다”면서 “양산의 다양한 색상이 거리풍경에도 생기를 불어넣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산쓰기는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에도 한몫을 한다. 직경 98㎝가량 되는 양산을 펼치면 동행인과 1.5m 이상 자연스럽게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양산은 한때 여성의 전유물로 취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양심양산이 생활화되면서 보수적으로 알려진 대구 남성들도 거리낌 없이 양산을 쓰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최현정 도시철도 3호선 동천역장은 “종전에는 40~50대 여성이 주로 이용했으나 올해는 젊은 남성들도 스스럼없이 이용하고 있다”면서 “양산쓰기 운동이 3년째 접어들면서 점차 보편화되는 것 같다”고 했다.

양산쓰기의 효과는 전문가들도 인정한다. 권용석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도시생태학 박사)은 “양산을 쓰면 체감온도가 7도가량 낮아지는 데다 자외선 차단과 온열질환 예방 효과도 거둘 수 있다”면서 “거리 두기도 가능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생활밀착형 방역으로 적격”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에서는 양산쓰기 확산을 위한 캠페인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대구시 시민안전실 공무원 10여명이 ‘양산쓰기 일상화’ 등이 새겨진 어깨띠를 두르고 동성로 등에서 양산 60여개를 시민들에게 나눠주었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동대구역 광장에서 대구기업자원봉사협의체 임직원과 대학생 자원봉사자 등 40여명이 양산을 펼쳐놓고 ‘대구! 건강한 여름나기’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동참을 호소했다.

글·사진 박태우 기자 tae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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