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이 놓고 간 5000원..제공자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
서울시청 민원실 찾은 남성
거부 밝혔는데 그냥 가버려
제공자 못 찾아 돈 감사위로
지난 7월29일 서울시청 본관 1층 열린민원실로 한 남성이 들어왔다. 남성은 “물어볼 것이 있다”며 민원 담당 공무원을 찾았다. 담당 공무원 A씨가 “어떤 도움이 필요하시냐”고 물었다. 이 남성은 그러나 민원실을 찾은 이유를 정확하게 말하지 못했다. A씨는 도움이 필요한 분이라고 생각해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얼마간의 대화가 끝난 후 남성은 주저하는 몸짓으로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가 들고 있는 것은 꼬깃꼬깃하게 3번 접은 5000원짜리 지폐 한 장이었다. 이 남성은 “고맙다”며 A씨에게 5000원을 내밀었다. A씨는 “저희는 이런 것을 받으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며 황급히 돈을 돌려줬지만 남성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5000원권 1장을 놔두고는 민원실 밖으로 뛰어갔다.
A씨가 받은 것도 아니고, 안 받은 것도 아닌 이 지폐는 다음날 서울시 감사위원회로 넘어갔다. 그 남성은 그저 감사의 표시를 한 것뿐일지 모르지만, 이 돈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및 ‘서울특별시 공무원 행동강령’상 받아서는 안 되는 금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 제9조 2항에 따르면 공직자 등은 금품 등을 받은 경우 제공자에게 지체없이 반환해야 한다. 금품을 돌려줬더라도 돌려준 사실과 금품제공자 인적사항 역시 신고해야 한다.
돈을 두고 나간 이 남성의 신원은 끝내 파악할 수 없었다. 찾는다해도 난감한 일이었다. 청탁금지법상 금품제공자 역시 신고 대상으로 관할법원에 과태료 부과 통보를 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일 “고마움을 표현해주신 것은 감사하지만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모두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민분께서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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