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선 복원에서 김여정 담화까지..북, 대외 행보 가속도 왜?

[경향신문]

대북제재 장기화와 코로나로 국경 봉쇄, 만성적 식량난 심화
전문가 “초조함 드러낸 것…북 메시지에 일희일비 말아야”

일주일 새 북한의 대외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 코로나19와 식량난 등 어려운 내부 사정 때문에 초조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일방적으로 중단했던 남북 간 통신선을 13개월 만에 다시 연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인 이날 전국노병대회 연설에서 지난해와 달리 ‘핵무력 강화’ 같은 자극적 표현을 자제했다. 지난달 24~27일 사상 첫 전군 지휘관·정치간부 강습을 주재한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외환경 개선에 나선 상황을 고려해 수위를 조절하고, 군 내부 단속에만 집중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28일에는 북·중 우의탑을 찾아 참배하고, 이틀 뒤인 30일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주일 전 보낸 친서를 뒤늦게 공개하는 등 중국과의 밀착을 과시했다.

지난 1일에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 담화문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문제를 꺼냈다. 통신선 재연결 5일 만에 한·미 연합훈련 완전 중단이라는 구체적 요구를 제시하며 유리한 대외환경 조성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잇따른 대화 제의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해 온 북한이 최근 대외 행보에 속도를 내는 이유로는 녹록지 않은 내부 사정이 꼽힌다. 대북 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국경 봉쇄는 북한의 만성적 식량난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당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식량난을 공개 인정했다.

김 위원장은 군량미와 전쟁 비축미를 풀라고 특단의 명령을 내렸지만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남북 및 북·미 관계 국면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주의 형제국가’ 쿠바에서 코로나19 경제난으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현실도 북한 지도부의 우려를 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북한 외무성은 2일 홈페이지에 “미국의 쿠바 제재는 내부교란을 부추기려는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은 이례적으로 지난달 16일, 21일, 22일 연속으로 글을 올려 쿠바 사태를 외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

김 부부장의 1일 담화는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대외 매체를 통해서만 발표했다. 김 부부장이 한·미 훈련 진행을 비난하며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지난 3월 담화가 노동신문 등 대내 매체에 보도된 것과 대조된다.

북한이 김 부부장 명의 담화 발표 등으로 최근 유리한 대외환경 조성에 속도를 내는 것은 그만큼 내부 어려움 타개에 대한 초조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2일 “북한의 메시지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긴 호흡과 대전략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및 남북 화해협력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