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평전 - 조영래 [이인영의 내 인생의 책 ②]
[경향신문]
‘열사(烈士)’란 죽음을 불사하고 불의의 시대에 맞서 저항정신을 보여준 자를 의미한다. ‘전태일’이라는 이름과 함께 우리는 이와 같은 호칭을 연상한다. 그가 근로조건 개선을 외치며 불꽃으로 산화함으로써 노동문제가 전면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열사라 불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 청년으로서 전태일을 들여다보면, 인간에 대한 관심, 사랑, 공감이 가득했던 아름다운 삶 그 자체에 빠져들게 된다. 그의 삶은 태생부터 부유함에서 오는 평온함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생계의 무게로 지극히 고단했었다.
그럼에도 두세 시간 거리를 걷는 대신 아낀 차비로 어린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 먹이고, 어머니가 싸주신 밀가루빵마저 더 배고픈 이들에게 나눠주어야만 마음이 편했던 그이다.
하루의 고단함과 굶주림을 참는 것보다 그를 괴롭힌 것은 평화시장의 노동자들이 처한 지독한 현실이었다. 그들의 삶에 다가갈수록 청년 전태일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근로현실과 직면했다. 그 속에서도 버텨나가는 인간들의 처절한 삶에 대한 공감과 사랑으로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이러한 고뇌와 사랑이 변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자기 확신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전태일의 아름다웠던 삶의 열기는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다. 그의 인간애가 노동현실 개선을 위해 힘써온 수많은 ‘전태일의 사람들’을 만들었고, 실천을 위한 용기를 부여했다. 이소선 어머니가 전태일이듯 김용균의 어머니도 전태일이다. 그리고 전태일의 이러한 정신이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도 전해져 우리 사회는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삶을 살다 불꽃이 된 청년 전태일은 우리에게 의문을 던진다. 인간에 대한 사랑을 잊은 채 현실에 안주하며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인영 |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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