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훈련 하면 남북관계 '악화'..연기 땐 대미 관계·전작권 전환 차질
[경향신문]
북한 김여정, 공개적 중단 요구에
국내정치 ‘하명 논란’ 재연될 수도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면서 남북 통신선 복원 이후 대화 재개를 모색해온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국방부는 2일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의 시기, 규모, 방식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한·미 당국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여러 상황을 고려해 한·미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도 연합훈련과 관련, “어떤 결정도 상호 합의에 따라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미 군 당국은 오는 10∼13일 사전연습 성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 16∼26일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21-2 CCPT)을 각각 진행하는 일정으로 훈련을 준비 중이다. 지난 3월 전반기 연합지휘소훈련과 비슷한 수준에서 시뮬레이션 방식으로만 진행하는 훈련이다.
그러나 김 부부장이 한·미 훈련을 “적대적인 전쟁연습”으로 지칭하며 “북남 수뇌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만큼 북한은 축소된 훈련에 대해서도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13개월 만에 이뤄진 남북 통신선 복원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정부 구상도 지연될 수 있다.
정부는 남북 당국 간 화상 실무협의를 개시한 다음, 정상회담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비대면으로라도 개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통신선 복원과 한·미 연합훈련은 무관한 사안”이라는 정부 입장에도 불구하고 “한·미 공조를 통해 대북 관여를 본격화할 수 있는 적기”(지난달 30일 통일부 당국자)라며 ‘훈련 연기’를 희망한 것도 이 같은 인식 때문이다.
그렇다고 훈련 연기를 밀어붙이다가는 한·미관계, 전시작전권 전환 등에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연기 결정은 사실상 올해 훈련 중단 또는 취소 의미를 지닌다. 미국은 ‘훈련을 더 이상 축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훈련을 연기한다고 해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복귀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대화 여건 조성을 위해 한·미 연합훈련 연기 카드를 구사하는 것에 미국이 수긍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조 바이든 정부는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에는 열려 있지만, 비핵화 협상 진전 이전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내 정치적으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 때와 같은 ‘김여정 하명’ 논란이 재연될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김여정 부부장 담화와 관련, “정상 간 합의로 복원된 남북 통신연락선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하여 유지돼야 한다”며 “정부는 서두르지 않으면서 남북 및 북·미 간 대화를 통하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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