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매년 740명 지역사회로..정부, 일자리·임대주택 지원

서혜미 2021. 8. 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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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자립지원 20년 로드맵' 확정
시범사업 거쳐 2025년 본격시행
이달 중 정책 컨트롤타워 설치
'시설 분리 정책' 40년만에 전환
'장애인 자립' 하반기 법 제정키로

활동가들, 시설축소 등 미흡 지적
"포괄적 활동지원 서비스 병행돼야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에 탈시설을 권리로 명시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 29일부터 ‘컨테이너 옥상 투쟁’을 벌였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마지막 집회를 열고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일 정부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내놓으며 ‘시설에서의 삶’이 당연시되던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공존하며 살아가기 위한 첫발을 제대로 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장애인들은 정부 청사진이 거주지를 바꾸는 지원 방안에 치중해,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실질적으로 지탱해줄 ‘활동지원 서비스 개선 방안’이 부재한 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로드맵을 보면,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탈시설 장애인 지원을 하기에 앞서 2022~2024년 3년간 시범사업이 진행된다. 우선 이달 안에 탈시설 장애인 지원 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될 중앙 장애인 지역사회 통합센터가 설치된다. 센터 운영은 한국 장애인개발원에 위탁되며, 센터에서는 지역사회 전환 모델을 개발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을 모니터링하게 된다. 또 내년부터 각 장애인 거주시설에 ‘자립지원 전담조직’이 구성돼 시설 안 장애인과 시설 밖 장애인지원기관들과 교류를 지원한다. 시범사업 기간에는 공모로 10개의 지역을 선정해 지역별로 20명씩에 자립 지원을 하게 된다.

시범사업을 마치면 2025년부터 해마다 740여명의 장애인에 대한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해 2041년까지 지역사회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이를 위해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된 공공임대주택, 임대계약 등 주택관리나 금전관리 등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주거유지서비스’, 장애인 일자리 확충 등이 지원된다. 동시에 기존의 거주시설은 ‘주거서비스 제공 기관’으로 이름을 바꾸고, 신규 시설 설치는 금지된다.

정부의 이런 로드맵은 1981년 ‘심신 장애자 복지법’이 제정된 이래 장애인을 ‘보호 대상’으로만 보고 정부는 자립생활이 아닌 시설을 지원하는 등 지역사회로부터 분리를 당연시했던 정책이 40년 만에 전환되는 것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지난해 장애인 거주시설을 전수조사해 펴낸 자료를 보면, 전국의 장애인 거주시설은 모두 1539개이고 시설거주 장애인은 2만9천여명으로 파악된다. 이들의 시설 평균 입소 기간은 18.9년으로 매우 길다. 개발원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설거주 장애인 60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3.5%(2021명)는 자립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나온 로드맵에 대해 장애인들은 ‘정부의 장애인 탈시설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장애인 당사자와 지역사회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연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로드맵의 주된 내용은 거주시설을 바꾸는 것에 그친다”며 “더욱이 로드맵에 담긴 시설 축소 계획도 적극적인 ‘폐지’로 나아가지 못하고, 신규 시설을 만들지 않되 대형 시설을 ‘그룹홈’처럼 소규모화한다는 정도다. 이렇게 되면 불분명한 형태로 소규모 장애인 거주시설이 계속 운영되는 풍선 효과가 생길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탈시설’을 위해서는 장애인들이 오랜 기간 요구한 활동지원 서비스 체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체계에서는 장애인이 활동지원 서비스를 신청하면 정부가 종합조사를 통해 점수를 매기고, 점수에 따라 매달 지원 시간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활동지원 등급에 따라 일정액의 본인 부담금도 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탈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 경로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는 시설에서 퇴소해야만 활동지원서비스가 제공되는 탓에 수개월에 걸친 돌봄 공백 기간이 발생한 사례를 제시하며 “지역사회 정착 시기부터 바로 활동지원 서비스가 지원되도록 조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짚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발의된 장애인탈시설지원법 공동발의자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오늘 나온 로드맵에서 제시된 ‘20년에 걸친 자립 전환’에 어떻게 구속력이 있도록 할지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로드맵의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올 하반기 중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해 지역사회 자립생활 보장 등을 장애인의 기본권으로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최종적으로 마련될 법 제정안이 탈시설을 장애인의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탈시설 추진 기간에 대한 국가 책임을 제대로 담아내야 한다”이라고 했다.

서혜미 최하얀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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