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부정식품 불량후보" "위헌적" 협공..윤석열 "자영업자에 행정갑질 막자는 것"

한기호 2021. 8. 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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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행정기준상) 부정식품이라도, 없는 사람 선택하게 해줘야" 뒤늦게 도마위
與圈 "120시간 노동도 부정식품도 '선택'이냐, 박근혜만도 못 해, 파시스트" 총공세
野유승민 "철학 의문" 가세..尹측 "과도한 기준·처벌 억제 주장한 것"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오른쪽에서 세번째) 제20대 대선 예비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 국민의힘 사무처 직원들과 인사를 마친 뒤 본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왼쪽) 경기도지사가 2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충북지역언론사공동취재단 제공
지난 7월21일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서울 여의도 희망22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권주자로서 공식일정을 개시한 2일 이른바 '부정식품 발언' 논란에 휩싸였다. 여권의 '총공세'에 가까운 대응은 물론 야당 경쟁주자 중에서도 "충격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가 지난달 18일 가진 매일경제 인터뷰 영상 중식품 위생 단속과 관련해 "부정식품이라 하면, 정말 사람이 먹으면 병 걸리고 죽는 거면 몰라도 (예산이) 없는 사람은 그 아래도 선택할 수 있게 해서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한 대목이 2주 만에 도마 위에 오르면서다.

당시 윤 전 총장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1976년) 겸 자유시장경제학자로 유명한 밀튼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 철학에 입각해, 정부 규제당국이 상품의 질(質)을 일률적으로 단속하는 데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검사 시절 상부에서 각종 단속 지시가 내려올 경우 "제가 다시 그걸(저서를) 읽어보고 요약해서, 위에다가 '이 단속은 별로 가벌성이 높지도 않고 안 하는 게 낫다' 소위 공권력의 발동을 (제지)하는데 써 먹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프리드먼의 책을 보면 '이런 거 단속하면 안 된다'라고 나온다. 단속이란 건 '퀄리티'를 여기(일정 선)를 기준으로 딱 잘라 '이것보다 떨어지는 건 전부 다 형사적으로 단속하라'는 것"이라며 "예를 들면 햄버거를 50전짜리도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50전짜리를 팔면서 위생 퀄리티는 500전짜리로 (기준을) 맞춰놓으면 그건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전날(1일)부터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빈부 차별' '선민 의식'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해당 발언이 앞서 스타트업 종사자들의 말을 빌린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언급으로 '주120시간 근로 옹호' 논란을 부른 인터뷰와 같은 출처여서 파장이 적지 않은 모양새다. 여권 유력 인사들도 이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SNS에 '윤석열 후보님, 독약은 약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어안이 벙벙하다. 윤 전 총장이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을 인용하면서 한 이 발언을 보고 제 눈을 의심했다"며 "가난한 사람들은 부정식품 그 아래 것이라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도 불량식품을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단속했는데 박근혜 씨를 구속한 윤석열 후보라서 불량식품에 대해 생각이 다른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강병원 최고위원도 윤 전 총장을 겨냥 "(영화) '설국열차'의 꼬리 칸에 배급된 단백질 양갱이 용인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냐"면서 "불량 대선후보"라고 쏘아붙였다.

윤 전 총장과 '악연'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이날 자신의 SNS에 윤 전 총장의 인터뷰 영상을 공유하면서 "윤석열의 경제철학에 따르면,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 그 아래 것'을 '선택'해 먹을 수 있어야 하고, '주 120시간 노동'도 '선택'하며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검찰' 당시 조 전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확인서 발급 공모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도 윤 전 총장에게 "이 자는 박근혜만도 못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 전 장관은 현 정부 식품의약안전처장을 지낸 뒤 민주당 부산 진구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류영진 전 식약처장의 글도 공유했다. 류 전 처장은 "식약처장 지낸 사람 입장에서 볼때 윤석열 발언은 참으로 황당하다"며 "식품은 식품위생법에 따른 위해 기준을 정하고 관리한다"며 "선무당이 사람잡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식품안전 위생 관리등급(5등급)이 미국(4등급)보다 높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친문(親문재인) 성향 김민웅 경희대 교수는 "(윤 전 총장이)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를 탐독하고 다녔다고 자랑하는데 프리드먼은 파시스트(전체주의 일종인 '파시즘' 추종자)다"며 "결국 윤석열은 파시스트"라고 맹비난했다. 친여(親與)성향 음식평론가 황교익씨는 "'부정식품'은 단지 질이 떨어지는 식품을 뜻하지 않고 식품위생법 등의 법을 위반한 식품을 말한다"며 "사람이 먹지 못하게 법으로 정해놓은 식품은 음식물 쓰레기에 해당하는데 사람은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이제 당내 경쟁을 벌이게 된 윤 전 총장에게 "충격적"이란 반응과 함께 "가난하다고 '부정식품'을 먹게 할 수는 없다"면서 "주 120시간 노동, 민란 발언에 이어 '부정식품' 발언을 접하고 윤 전 총장의 평소의 철학이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사먹을 수 있도록 부정식품 규제를 안 해야 한다는 것인지, 이런 식의 사고라면 건강, 안전, 생명, 환경에 관한 규제들은 모두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냐"며 "이런 사고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10조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34조와 위배되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또 "프리드먼의 주장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라며 "프리드먼은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한 자유지상주의자였지만, 그 또한 부(負)의 소득세나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를 위한 사교육비 쿠폰 같은 복지정책을 주장하기도 했다"면서 "그들(경제학자들)의 말은 가려서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 뿐만이 아니라 복지와 분배도 추구해야 한다"며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선택할 자유를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도 했다.

윤 전 총장 측도 반박에 나섰다. 윤 전 총장 측 '국민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이날 "윤 예비후보의 발언은 과거 검사 재직 중 경험을 바탕으로 '과도한 형사처벌 남용이 가져올 우려'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부정식품을 정하는 정부의 기준이 현실의 경제상황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인터뷰"라며 "관할청의 위생단속이 '행정적 기준'에만 맞춰 과도하게 진행되면 실제 자영업자의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행정 갑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 대안 마련이 필요함을 언급한 내용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 본인도 이날 국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를 예방한 뒤 취재진을 만나 여권의 비판에 대해 "좀 어이 없는 얘기"라며 "(인터뷰 당시) 제가 책에 나온 얘기를 언급하면서, 각종 행정 사건에 대해 상부에서 자꾸 '수사하라'고 지시가 내려오는 경우 '검찰의 수사권을 남용되지 않도록 억제해야 된다'는 얘기를 하면서 그 당시의 책을 인용해서 논리를 제공했었다"고 반응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이 행정적으로 단속하는 부정식품을 정하는 그 기준, '대장균이 얼마나 있으면 부정식품이다, 아니다' 이런 걸 정할 때 그걸 너무 과도하게 정해놓으면 국민들의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예컨대 햄버거 파는 기업이라면 과도한 기준을 지키려 단가가 올라가서, 저소득층에선 그것을 훨씬 싸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제한한다"며 "국민 건강과 직결되지 않으면 기준을 너무 높이 해서 단속하고 형사 처벌까지 나가는 게 '검찰권의 과도한 남용이 아니냐'는 생각을 평소에 가졌다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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