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철 칼럼] 통신선 복원, 북경올림픽행 특급열차?

2021. 8. 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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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는 대구, 대전을 거쳐 서울까지 북경 동계 올림픽에 참석하는 관광객을 태운다. 서울역에서는 올림픽 선수단을 환송하는 대대적인 행사가 열린다. 놀랍게도 동 열차는 개성을 지나 평양에 이른다. 거기서 북측 선수단과 관광객을 태우고 남북 정상이 기념촬영과 함께 기차에 오른다. 열차탑승 객 모집 기간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한 달 가까이 '온 민족이 하나가 되는 감동의 순간'은 모든 방송과 언론매체를 뒤덮는다. 아무리 대선 한 달 전이라도 이 정도면 누가 감히 딴지를 걸 것인가.

하나의 가정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에 목을 매고 있다. 북한이 스스로 차단한 통신선 복원일 뿐인데, 벌써 남북 정상회담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세 차례의 정상회담에도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우리 국민에게 고위급 회담 정도는 아무런 감동도 불러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화상 정상회담이나 판문점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해도 2018년과 같은 커다란 호응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벤트 잘하는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아마도 남북대화를 시도한다면 더 큰 판과 더 화려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야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경 올림픽은 이러한 의미에서 커다란 기회다. 밀착되고 있는 북중관계를 고려할 때 시진핑 주석의 초청을 거절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니다. 더구나 2019년 2월 하노이 이후 해외로 나가보지 못한 답답한 갈증도 풀고 싶을 터인데 말이다. 그간의 경색된 한일관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에 참가하려 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한중관계를 고려하려 기꺼이 북경을 방문할 것이다. 그토록 기다리던 대화의 장이 펼쳐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 막바지의 남북관계는 북경 올림픽을 종점으로 기획되고 있을 것이다. 나아가 한껏 멋들어진 이벤트를 만들며 이번에는 다르다는 기대감을 심어주려 할 것이다. 이젠 웬만해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북한을 유인하기 위해서 인도적 지원이나 연합군사훈련 축소,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대미설득이 구상될 수도 있다. 반면 많은 국민께서 바라고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사과나 배상 문제는 눈감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내용의 이벤트라면 아무리 남북간의 대화와 교류가 중요하다 해도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북한이 마음대로 상황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언제든지 다시 통신선을 차단할 수 있다. 대화에 전혀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겐 커다란 악재이기에 대화의 주도권은 늘 북한이 갖게 된다. 북경 올림픽행 특급열차의 국내정치적 파장은 매우 클 것이다. 한국의 민감한 대선 기간이기 때문이다. 자칫 국내정치의 주도권마저 북한에 내주게 될 수도 있다.

벌써 북한은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8월 1일 담화를 통해 통신선 복원의 의미를 확대해석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문제 삼았다. 북한이 원하는 대로 훈련 자체를 취소하거나 그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는 의미다. 아마도 정부는 또 한 번 북한의 부당한 요구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명분은 평화 프로세스겠지만 굴종적인 대응이다. 지난 몇 차례의 연합군사훈련 축소에도 북한의 핵 능력은 여전히 강화되었으며 어떠한 실질적 변화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벤트가 아닌 대화의 내실이 중요한 이유다.

남북관계의 발전은 서로를 존중하며 실질적인 평화의 길로 나갈 때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에게 있어서는 북한 비핵화와 이산가족 상봉, 그리고 억류된 우리 국민이 돌아오는 실질적 성과가 필요하다. 이러한 성과 없이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다면, 그다음 북한이 내밀 청구서는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정부가 특별열차 이벤트를 준비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임기 말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질적 내용은 없고 겉으로 보여만 주는 불량정책은 아닌지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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