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플루언서] 맛깔나는 입담에 맥가이버 뺨치는 작업실력 '찐걸크러시'

박성기 2021. 8. 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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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로동복어'
2019년 '모텔알바' 실제 경험담 소개 청소유튜버로 인기
작년 7월 숙박업소 사정으로 실직.. '전업 유튜버' 활동
현재 누적조회수 4700만회.. 업로드 영상조회수 20만회
환풍기교체·외벽설치 등 모든 작업실력 '최고 레벨' 자랑
생수 대신 약수물, 공병 팔아 쌈짓돈 절약생활 '생활력 갑'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성 유튜버'란 제목으로 한 여성 유튜버의 영상을 캡처한 사진이 올라와 큰 화제가 됐다.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콘텐츠로 관심을 끄는 수많은 여성 유튜버 중 한 명이겠거니 생각하며 게시물을 클릭한다면 큰 오산이다. 사진 속 그녀는 노출이 심한 옷 대신 '안전제일' 조끼를 입고, 명품 가방 대신 전동 드릴을 손에 들고 있다. 그녀는 세탁기·에어컨 등 각종 기기를 거침없이 분해해 말끔히 청소하고 화장실 변기의 백시멘트 시공까지 능숙하게 해낸다. 많은 이들이 "진정한 걸크러쉬", "정말 매력적", "이런 여자 잡는 남자는 큰 행운아"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남들과 확연히 다른 매력으로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까지 모두의 마음을 훔친 그녀의 정체는 바로, 유튜버 '로동복어'다.

로동복어는 2019년 8월 유튜브 채널 '모텔알바생'을 개설해 호텔·모델 등 숙박 시설 청소 아르바이트생인 본인의 실제 경험담을 살린 콘텐츠를 선보이며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독특한 복어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영상 속에 등장해 숙박 시설 청소법부터 평소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숙박 시설의 이모저모에 대한 '썰'을 풀며 전에 없던 새로운 캐릭터의 청소 유튜버로 주목받았다. 2020년 7월 숙박업소 측의 사정으로 청소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게 된 그녀는 위기를 맞는 듯했으나, 전업 유튜버를 선언하고 채널명을 '로동복어'로 변경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 이제 그녀는 청소뿐 아니라 셀프 인테리어, 개인적 경험에 대한 '썰', 일상 브이로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유튜브·인스타그램 빅데이터 분석사이트 IMR(Influencer Multi-Platform Ranking)에 따르면, 채널 '로동복어'는 개설 1년여 만인 2020년 6월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하고 이후 6개월 만에 10만 명을 더 끌어모아 같은 해 12월 20만 명의 고지마저 넘어섰다. 현재 구독자 27만 명, 누적 조회 수 4700만 회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업로드된 영상의 평균 조회 수는 약 20만 회로, 구독자 수가 비슷한 다른 채널에 비해 영상당 조회 수가 상당히 높다.

'모텔 청소 아르바이트'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느낌과 복어 모자, 선글라스에 가려졌던 그녀의 외모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녀의 채널을 찾았던 초기 구독자들이 채널의 정체성이 변하고 그녀의 얼굴이 공개된 지금에도 여전히 팬임을 자처하며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에 호기심을 자극하던 요소들이 모두 사라진 지금, 새롭게 유입되는 구독자들은 그녀의 어떤 매력에 끌리는 것일까.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 박사(현 서울대학교 초빙연구원)는 "'사람을 홀리는 이야기꾼'인 로동복어의 가장 큰 매력은 유쾌한 말투와 맛깔나는 입담"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녀의 채널에서 100만 뷰에 가까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는 영상 중에는 방에 홀로 앉아 10여 분간 단지 '썰'을 푸는 영상이 절반 가까이 된다. 숙박 시설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었던 온갖 흥미진진한 이야기들과 본인의 신상을 화려한 입담으로 포장해 내놓는다. 잔망스러운 손짓과 위트 만점인 자막은 덤이다. 영상마다 "내용이 무엇이든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상황 묘사가 너무 생생해서 마치 시트콤을 보는 듯하다", "웬만한 개그맨보다 더 웃기다" 등의 댓글이 달린다.

로동복어의 재기발랄한 면모도 인기 비결 중 하나다. 그녀는 모든 육체노동에 있어서 '만렙'(최고 레벨) 실력을 자랑한다. 숙박 시설, 본인의 옥탑방 등 장소를 불문하고 수준급 청소를 선보이며, 환풍기 교체와 외부벽 설치처럼 남성들조차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작업을 척척해 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숙박 시설에 투숙객이 두고 간 유리병을 팔아서 돈을 벌고, 화장품 공병을 모아 포인트로 적립하며, 식수는 사지 않고 약수물을 떠다 마시는 등 절약 생활마저도 수준급이다. 맷돌에 커피콩을 갈아 드립 커피를 만들어 먹는 다소 엉뚱한 일까지 어느 하나 못 하는 것이 없는 그녀는 '찐 살림꾼', '생활력 갑'의 표본이다.

로동복어는 매사에 씩씩하고 남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기도 하다. 숙박업소 청소일에 대해 편견이 있는 사람들을 향해 다른 직업과 똑같은 사명감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멋진 일이라고 설명하고, 치킨 한 마리조차 선뜻 사 먹기 어려웠던 집안 형편을 담담하고 유쾌하게 공개하며, 값비싼 전동 킥보드 대신 3만 원짜리 유아용 킥보드를 타고도 당당히 온 동네를 누비는 그녀다. 구독자들은 영상 속에 묻어나는 그녀의 긍정적 생각과 높은 자존감을 우러러보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갇혀 사는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기도 한다.

누구보다 유쾌하고 엉뚱하면서도 특유의 성실함과 강인함을 가진 로동복어는 영상마다 새로운 매력을 선보이며 육체노동의 패러다임을, '썰' 분야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아직 펼쳐 보일 매력이 무궁무진한 그녀가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큰 웃음과 감탄을 안겨줄지 기대가 크다.

박성기기자 watne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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