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눈 떠보니 선진국, '정의(定義)하는 사회'가 진짜 선진국

홍재의 기자 2021. 8. 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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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는 로컬이잖아'라고 말하며 천연덕스럽게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을 타내고, BTS가 빌보드를 휩쓸고, K-반도체, K-조선, K-배터리가 세계 각국의 제조업이 붕괴된 잿더미 속에서 우뚝 솟았다. 눈을 떠 보니 우리는 선진국이 되어 있었다."

한겨레신문 기자를 거쳐 KTH와 엠파스 등 IT 분야에서 일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IT 전문가인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은 최근 출간한 <눈 떠보니 선진국>(한빛비즈 刊)에서 우리가 눈 떠보니 선진국이 되어버리면서 그만큼 빼먹은 것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미친 속도로 선진국을 베끼는 과정에서 '어떻게'만 외쳐오면서 '왜'와 '무엇'을 묻는 법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세상은 4차산업혁명기로 접어들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여전히 표준화, 규격화, 양산의 주입식 암기 교육으로 산업사회를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독하게 달려온 만큼 해결해야 할 '문화지체'들이 언덕을 이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선진국이 아니라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무엇을 채워야 할까?


박 의장은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기 전에 '무엇'과 '왜'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를 정의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정의(定義)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는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를 물을 필요가 없었다. 언제나 베낄 것이 있었고, 선진국의 앞선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남은 질문은 '어떻게'뿐이었다. 정답은 늘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었다. '왜'라고 물어본 적 없이 수십 년을 '어떻게'를 풀며 여기까지 왔다."

박 의장은 독일의 '녹서(綠書) 제도'를 사례로 들었다. 국가적인 백서를 내놓기 전에 사회의 토론과 의견 개진을 요청하는 과정이다. 질문들을 녹서로 던지면 사회 각계각층에서 광범위한 토론이 이뤄지고 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정부는 백서로 담아 발간하는 것이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정의'를 내린다는 것이다. 해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박 의장은 또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몸집만 불려서는 안 되는 때가 되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제 발전의 어느 단계까지는 양적 성장이 필요하다. 그것은 사춘기의 어느 시점까지 키가 커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때는 체중을 좀 불려놓아도 결국 그게 키로 가는 때다. 그런데 서른 살이 넘어서도 아침 저녁으로 키를 재고 있다면 어떨까?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나이에 맞는 지표가 필요하다."

그래서 박 의장은 "선진국 문턱으로 들어선 이상 GDP 하나만을 재고 있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볼륨이 일순위가 되어서는 안 되며, 사회의 건강을 재는, 역사적으로 입증된 가장 훌륭한 척도인 중산층의 비중을 국정 최고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박 의장은 합리적인 시민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상에는 상대가 있다. (선진국들은) 혼자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것,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 즉 '딜'(Deal)을 해야 한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생활로 익힌다.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협상과 타협의 태도가 몸에 밴 시민이 대한민국을 가장 살기 좋은 선진국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박 의장은 "셰익스피어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그는 "지나치게 엄격한 문법과 띄어쓰기로 언어의 사용을 방해한다"며 "복잡한 규칙을 고안하는 데 쓸 시간을, 구제역이나 신병과 같은 시대착오적 단어를 쉬운 우리말로 고치는 데 쓰는 편이 만 배는 낫다"고 지적한다.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정체성과 제도들이 기실 모두 한글과 비슷한 발전경로를 밟아왔고, 그런 점에서 제각기 나름의 어설픈 '번역문체'들을 가지고 있다. 제 분야의 '마틴 루터'와 '셰익스피어'들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박 의장은 또 AI의 시대에 교육 역시 컴퓨팅적 사고능력을 함양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컴퓨팅적 사고능력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그 중에서도 단답형이 아니라,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한국의 교육이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는 논리적 사고력, 즉 컴퓨팅적 사고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세상의 문제의 대부분은 정의되지 않은 채로 던져진다. 문제를 판별하고 정의해내는 능력, 혼자서 해결책을 찾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참된 교육이다."

박 의장은 이어 한국사회의 문제로 '경로의존성'을 들고 있다. 경로의존성은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어 더 이상 적절하지 않게 된 과거의 제도, 법률, 관습, 문화가 지속적으로 살아남아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박 의장은 "현대 한국 사회에도 많은 경로의존과 경로 독점이 존재한다"며 언론을 예로 들었다. "한때 기자들이 경로를 독점할 때가 있었다. 가서 듣는 것 자체가 특혜이고 권력인 때였다. 기자들의 신뢰가 떨어진 것, '기레기'라는 멸시를 받게 된 것이 기자 개개인의 윤리적 문제라고 생각지 않는다. 강의 물길이 바뀌어 강바닥의 벌건 흙이 훤히 보이는데 '여기에 물이 흐르고 있다', '이 나루터에서만 배를 탈 수 있다'고 주장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경로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대 착오의 구조 자체가 그런 불신을 필연으로 만든다. 언론은 이제 바뀐 세상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새롭게 자신을 정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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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의 기자 hja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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