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흘리고 찢기고..마블에서 못본 DC의 신세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제임스 건 감독
[경향신문]
주인공이라 생각했던 인물이 등장 10분 만에 죽어버린다. 사람 머리가 잘리거나 몸통이 세로로 찢겨나가기도 한다. 인질을 구조하러 갔는데 인질은 이미 스스로 탈출했다. 여름철 특수를 노린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영화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들이다. 어느새 ‘가족영화’가 된 마블 영화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4일 개봉하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코믹스 세계에선 마블의 강력한 라이벌이었으나, 영화에선 힘을 못 쓰던 DC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DC 세계에서 슈퍼맨, 배트맨 등 슈퍼히어로에 맞서 싸우던 악당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2016년 비슷한 분위기의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나왔으나, 이번 영화는 일부 등장인물이 겹칠 뿐 줄거리상 연관성은 없다.
최악의 악당들이 모인 벨 리브 교도소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태스크포스X’가 꾸려진다. ‘자살 미션’에 가까운 고난도 임무를 완수하면 10년 감형을 해준다는 조건이 붙는다. 광기 어린 할리 퀸(마고 로비), 최고의 암살자 블러드스포트(이드리스 앨바), 이름과 달리 폭력적인 피스메이커(존 시나), 쥐를 마음대로 다루는 랫캐처2(대니엘라 멜키오르) 등이 태평양의 섬나라 코르토 몰티즈에 잠입한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미국에선 R등급, 한국에선 청소년 관람불가다. 마치 마블 영화가 표현하지 못하는 수위 이상을 보여주기로 작심한 듯, 피 칠갑 액션이 이어진다. 관객에 따라 정면으로 보기 힘든 장면도 있다. 물론 ‘잔혹을 위한 잔혹’은 아니다. 주인공들이 잔인무도한 악당이라는 설정, 과격한 표현 방식 사이에 스며드는 의외의 유머 등이 뒤를 받친다.
명색이 ‘팀’이지만, 저마다 잇속을 가진 악당들에게 ‘팀워크’란 것이 있을 리 만무하다. 이들은 같이 침투하던 팀원이 죽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각기 다른 개성과 목적을 가진 악당들이 얽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주인공이라 생각했던 인물이 초반부 죽어버리듯, 주적으로 보였던 인물도 쉽게 제거된다. 태스크포스X를 조직하는 아만다 월러(비올라 데이비스)는 미 정부 소속의 피도 눈물도 없는 관료지만, 어딘지 허술한 인상을 준다. 전형적인 슈퍼히어로 영화의 문법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억지스럽지 않게 전개되는 것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장점이다.
제임스 건 감독은 2일 한국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나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같은 구조와 반전, 비슷한 캐릭터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 등 한국영화나 일본, 홍콩 장르 영화의 혼합적인 분위기를 가져오려 노력했다고도 설명했다.
건 감독은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도 연출했다. 감독으로서 마블과 DC 세계를 모두 경험한 셈이다. 그는 가족영화를 지향하는 마블영화와 달리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서 재량권을 가질 수 있었다. 편집권도 자유로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영화의 주인공인 사회 부적응자, 악당이 “스스로를 구원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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