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 꿰뚫은 연주자 만난건 최고의 행운이죠"
"매우 영적이고 차원 다른 음악
연주하면서 내면 치유 경험"
소니클래식서 음반 출시 예정
작곡가 이신우(52·서울대 음대 교수)와 바이올리니스트 스티븐 김(25), 첼리스트 제임스 김(27)은 2019년 이신우 작품 '여민락' 연주로 인연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소통하며 음악적 동료로 신뢰를 쌓아왔다. 이신우는 이들의 작품 해석을 신뢰하게 됐고, 두 연주자는 이신우 작품 속 아이디어와 철학에 깊이 공감했다.
두 현악 연주자는 오는 9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리는 더하우스콘서트에서 이신우의 신작 '카프리스 1번 꽃'과 '데스 앤드 오퍼링(Death and Offering)'을 연주한다. 이어 스티븐 김은 오는 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세종솔로이스츠 기획공연 '2021 힉엣눙크! 페스티벌'에서 바이올린 소나타 2번 '틸 던(Till Dawn)'을 초연한다. 이들 작품은 올해 말 소니클래식을 통해 음반으로도 발매된다. 연주를 앞둔 아티스트 3명을 지난달 28일 서울대 음대에서 만났다.
"2019년 세종솔로이스츠 공연 때 두 연주자가 제 작품 '여민락'을 연주했어요. 이들 모두 세종솔로이스츠 단원이고 '여민락'은 연주자 스무 명이 연주하는 곡이라 이땐 두 연주자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죠. 스티븐과 제임스가 제 곡에 이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현악 3중주 편곡 작품을 연주했는데, 이때 비로소 이들의 연주를 제대로 들을 수 있었어요. 음색과 톤이 무척 인상적이었죠. 그래서 연주 후 유튜브에서 이들의 연주 영상을 다 찾아 들어봤어요. 그리고 따로 만나서 음반을 함께 내보자고 했죠."(이신우)
"이신우 선생님 작품의 특징은 '정직함'이에요. 이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어떤 작곡가들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려고 해요. 하지만 선생님은 작곡가의 내면을 작품에서 그대로 보여줘요. 과시적인 장치 같은 게 없어요."(스티븐 김)
"선생님 작품은 굉장히 영적이고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음악 같아요. '여민락'을 연주하며 깊은 인상을 받아서 선생님께 첼로 솔로 작품을 쓰신 게 있으신지 여쭈었죠. 곧바로 '살모디(Psalmody)'라는 작품을 건네 주셨는데, 연주하면서 내면이 치유되는 경험을 했어요. 선생님의 작품 내 철학에 깊이 공감하게 됐죠."(제임스 김)
이신우는 이후 이 둘을 연주자로 상정하고 신작 '틸 던'(바이올린)과 '데스 앤드 오퍼링'(첼로)을 작곡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 사이에 수많은 이메일이 오갔다.
"선생님께서 작품을 들려주시면서 제 의견을 묻기도 하시고, 곡 제목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묻기도 하셨어요. 작곡가가 열린 마음으로 연주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우를 보긴 힘든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작곡가와 연주자가 진정한 협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제임스 김)
"작곡가가 아무리 열심히 곡을 써도 연주자를 통하지 않으면 작품이 구현될 수 없잖아요. 연주자가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그냥 끝인 거죠. 소통하면서 이들이 제 작품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연주에 많이 간여하지 않고, 믿고 맡겼어요. 제가 첼로 작품에선 40대 바리톤 가수의 목소리를 원했는데, 제임스가 이런 소리를 정확히 만들어 냈어요."(이신우)
이신우는 서울대 재학 중 쓴 작품 '공간'으로 국제현대음악협회(ISCM) 세계음악제에서 입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가우데아무스 국제작곡콩쿠르, 레너드번스타인 예루살렘국제작곡콩쿠르에 연달아 입상했다. 한국에서는 대한민국작곡상을 수상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활동 중이다.
스티븐 김은 2019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3위로 입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제임스 김은 헝가리 다비드 포퍼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실력파 연주자다.
앞서 제임스 김은 지난달 원주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이신우의 '첼로와 현을 위한 애가(愛歌)'를 22년 만에 개작 초연하기도 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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