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지탱해주고 훈련환경 조성..금융권, 불모지에 물주는 '키다리 아저씨'

김광수 기자 2021. 8. 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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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금융, 금융이 꽃 피우다}
<상> 비인기 스포츠의 든든한 버팀목
OK금융 럭비에 아낌없이 지원..사상 첫 올림픽 진출로
KB, 체조 여서정 후원·신한 '스폰서십'으로 신유빈 발굴
농구·배구팀 등 동계 실내스포츠는 대부분 금융사 운영
[서울경제]

대한민국 남자 럭비 7인제 국가대표팀은 이번 도쿄 올림픽에 진출해 단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하고 5전 전패로 일정을 마쳤다. 진출 국가 12개국 중 꼴찌 성적표를 받았지만 이들은 “희망을 봤다”며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럭비가 국내에 도입된 지 100여 년이지만 올림픽에 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인기 종목을 떠나 대중이 알지도 못하는 ‘비인지’ 종목의 설움 속에도 국가대표 럭비팀은 대한럭비협회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사상 첫 올림픽 진출을 이뤄냈다. 대한럭비협회의 공식 회장사는 OK금융그룹이다. 학창 시절 럭비 선수로 활약했던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2015년 럭비협회 부회장을 맡아 럭비 보급과 후원에 나섰다. 올해는 협회장에 올라 올림픽 포상금을 내거는 등 럭비 사랑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7인제 럭비 A조 예선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 한건규 선수가 공격을 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금융권의 비인기 스포츠 육성과 가능성 있는 유망주 지원 활동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피겨의 김연아, 수영의 박태환처럼 10대 시절부터 세계 무대에서 활약이 예상되는 인재를 찾아내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번 올림픽에 나선 황선우(수영), 여서정(기계체조)이 KB금융의 후원 속에 10대 파워를 뽐냈다. 황선우는 아시아 선수로 65년 만에 100m 결승에 진출하는 등 진출하는 종목마다 한국 신기록, 아시아 신기록을 수차례 경신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KB금융은 황선우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올해 초 후원을 시작했다. 황선우 외에도 육상의 비웨사·박원진·최명진·배윤진 등 기초 종목 유망주도 지원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최근 스포츠의 기본인 육상과 수영에서 주목할 만한 유망주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유망주들이 성장해 올림픽 같은 큰 대회의 결승 무대에서 당당하게 이름이 불리기를 함께 꿈꾸고 소망한다”고 밝혔다.

KB금융의 후원을 받은 여서정은 1일 체조 여자 도마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국내 여자 기계체조 최초의 메달리스트가 되기도 했다. 국민은행 사격단 소속인 김민정 선수도 지난달 30일 사격 여자 25m 권총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신한금융은 2011년 비인기 종목 스포츠 유망주 육성 지원 프로그램인 ‘신한 루키 스폰서십’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으로 지원한 첫 선수가 바로 양학선이다. 양학선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체조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여자 탁구의 신유빈도 신한금융이 한국 탁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점찍었던 선수다. 신유빈은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개인전 32강 진출에 이어 단체전에서도 활약하며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탁구·하키 등의 국가대표팀도 후원하고 있는 신한금융은 클라이밍·브레이킹 등의 분야로도 후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손태승(왼쪽)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9일 서울시 중구 우리은행 본점 글로벌룸에서 여자 수영 국가대표 김서영 선수와 후원 협약식을 맺었다. /사진 제공=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도 한국 여자 수영의 간판 선수로 활약해온 김서영 선수를 2019년부터 후원했다.

남자 유도 73㎏급 동메달을 획득한 안창림은 평소 최윤 회장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표현해왔다. 재일 교포 3세로 한국·일본 양국에서 모두 경계인으로 살아온 그에게 같은 처지의 최 회장이 후원자이자 인생의 멘토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일본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일본이 아닌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했을 뿐 아니라 유도를 통해 국위 선양하는 안창림 선수의 모습에 매번 감동하고 있다”며 동메달 포상금 1,000만 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동계 스포츠 분야도 금융권의 후원 없이는 지금의 꽃을 피우기 힘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이 강세를 보였던 쇼트트랙·피겨 외에도 △컬링, 봅슬레이·스켈레톤(KB금융) △스키(신한금융) △루지(하나금융) 등의 국가대표팀을 금융사에서 후원하고 있다.

동계 실내 스포츠는 금융권 없이는 리그가 운영되지 못할 수도 있을 정도다. 여자 농구 6개 팀(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삼성생명·BNK금융)은 모두 금융사가 운영하고 있다. 일부는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팀 해체 위기를 겪었으나 현재 금융 기업들의 인수로 명맥을 이어왔다. 남자 배구와 여자 배구 역시 7개 팀 가운데 5개(우리카드·KB손해보험·OK금융그룹·현대캐피탈·삼성화재)와 3개(흥국생명·IBK기업은행·페퍼저축은행)를 금융사가 이끌고 있다. 프로배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한 금융사 관계자는 “연간 운영 비용으로만 70억~80억 원 수준이 쓰인다”면서도 “사회 공헌은 물론 비인기 스포츠 후원, 스포츠 관람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도 계속해서 운영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축구 국가대표팀과 K리그 공식 스폰서로 활약하고 있는 하나금융그룹도 경기 관람에 차별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고령자·임산부 등 이동 약자도 국내 프로축구 경기장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모바일 지도를 무료로 제공해 경기장 주변 교통 시설부터 이동 약자가 이용 가능한 경기장 입구까지의 경로를 안내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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