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언니 리더십' 전주원 감독 '여자농구의 미래'를 보여주다 [도쿄올림픽]
[스포츠경향]
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패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1승도 못 챙겼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 여자농구가 지난 1일 세르비아전을 끝으로 도쿄올림픽 일정을 마무리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13년 만의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았으나 세계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조별리그 캐나다(세례랭킹 4위)와 경기는 4쿼터 집중력이 떨어지며 21점 차로 대패했지만 스페인(3위)전과 세르비아(8위)전에서는 선전을 펼치다가 각각 4점 차로 아깝게 패했다. 그러나 예선전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다른, 확연히 업그레이드된 전력으로 미래를 기대케 했다.
한국 여자농구가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데는 전주원 감독의 지도력과 리더십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전 감독은 대표팀 후배인 이미선 코치와 호흡을 맞춰 한국 여자농구가 국제경쟁력을 잃지 않았음을 이번 대회에서 확인시켜줬다.
‘스타는 명장이 되기 힘들다’는 속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 감독은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농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특히 경기의 흐름을 읽고 전개해나가는 작전 구상과 엔트리 12명을 거의 모두 활용하면서 적재적소에서 허점을 메우는 전술은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또 ‘기둥센터’ 박지수를 기용할 때와 뺄 때의 타이밍을 제대로 짚으면서 박지수에 대한 의존도와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한편 다양한 패턴과 전술로 상대를 압박했다. 한 농구인은 “도쿄올림픽 예선 등 이전 경기를 보면 지역방어 위주의 단조로운 수비가 대부분이었다”며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본선에서는 존(디펜스)은 물론 맨투맨, 스위치 등 다양한 전술을 들고 나와 상대를 괴롭혔다”고 말했다.
농구의 전략·전술이나 기술뿐 아니라, 경기 외적으로도 선수들을 다독이고 이끌어 ‘원팀’으로 뭉치게 했다. 감독이기 이전에 ‘맏언니’로서 선수들의 편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1987년생 최고참 김정은부터 2000년생 막내 박지현까지 올림픽 본선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으로 선전한 것도 그런 노력들이 차곡차곡 쌓여 이루어진 것이다.
이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만족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지수와 윤예빈, 박지현 등 무서운 신예들의 성장이 뒤따라줄 3년 뒤 파리올림픽에서는 한국 여자농구가 더욱 강한 팀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손대범 KBSN 해설위원은 “많은 국제대회를 통해 피지컬 좋은 외국 선수들과 부딪쳐보고 그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며 “활동량을 앞세운 빠른 농구와 정확한 외곽포 등 우리의 장점과 색깔을 확실히 찾아 입혀야 한다”고 말했다.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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