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스크' 우려에 뒤늦게 수습 나선 중국.."미 규제당국과 협력강화"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2021. 8. 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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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자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에 제동을 걸었던 중국이 ‘규제 리스크’가 커지자 미국에 “협력을 강화하자”고 손을 내밀며 수습에 나섰다. 자국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고 미국이 중국 기업의 주식 상장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중국과 미국의 자본시장은 모두 세계적인 의미를 가지며 점점 더 상호연계되고 있다”면서 “기업, 투자자, 금융기관이 서로 시장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규제 협력 강화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규제당국은 상호존중과 협력의 원칙으로 소통을 강화해 중국 기업 감독 문제의 적절한 해결방법을 찾고, 시장에 안정적인 정책 기대치와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증감위 성명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발표한 중국 기업 주식 상장 심사 강화 방침에 대해 대변인이 입장을 밝히는 형태로 나온 것이다. SEC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지분을 매각하려는 중국 기업들에게 잠재적 위험성에 관한 추가 공시를 요구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은 이 조치를 통해 중국 기업이 페이퍼컴퍼니로 주식을 상장할 때 실질적 자산이나 사업 활동이 없는 명목상 기업임을 명시하고, 중국 정부의 조치가 재무 성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밝히도록 했다. 또 중국 당국으로부터 미국 증시 상장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는 위험성 등을 공시하도록 했다.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를 명확히 공개하도록 해 자국 투자자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미국의 이같은 조치는 ‘디디추싱 사태’로 시작된 중국의 규제 움직임에서 촉발됐다. 중국 규제당국은 지난 6월말 자국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이 사전 경고를 무시하고 뉴욕 증시에 상장하자 안보 심사에 착수하고, 회원 100만명 이상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 전 안보 심사를 의무화하는 규제안을 내놨다. 또 최근에는 사교육 단속에 착수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외국인이 사교육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새로운 규제안을 마련했다. 이로 인해 뉴욕 증시에 상장된 디디추싱과 중국 교육기업 등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자국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했다.

자국 기업 길들이기와 대미 견제 차원에서 잇따라 강력한 규제책을 꺼내든 중국도 기업 주가 폭락과 미국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자 어쩔 수 없이 사태 수습에 나서는 상황이 됐다. 증감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기업의 상장지 선택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견지해왔다”며 “개혁개방이라는 국가 기본 정책에 변함이 없고, 중국 금융서비스 분야와 자본시장 개방 조치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감위는 앞서 지난달 28일에도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기관들과 간담회를 갖고 요건이 충족되면 미국 증시 상장을 계속 허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하며 시장 충격을 완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뿐 아니라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에까지 영향이 확산되면서 나온 조치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 이코노미스트인 쉬젠웨이는 “디디추싱과 사교육 시장에 대한 중국의 단속이 본토와 홍콩 주식시장에서도 기술주 등의 붕괴를 초래했다”며 “외국 투자자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 전략을 재고할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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