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담화에..'한미훈련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부는 고민 중

김정근 기자 2021. 8. 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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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론' 편 통일부, '훈련 준비해 온 국방부 모두 '당혹'
"코로나19 때문에 축소" 명분 퇴색.."정상 실시될 수도"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부부장이 이달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하는 담화를 냄에 따라 우리 정부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게 됐다. 지난달 27일 남북한 당국 간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남북관계 진전을 기대했던 우리 정부로선 '어려운 숙제'를 안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군 당국은 이달 중순부터 올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21-2-CCPT)을 실시한다는 계획 아래 관련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달 30일 통일부 고위 당국자로부터 '훈련 연기론'이 제기됐고, 뒤이어 북한은 아예 훈련 중단을 주장하고 나섰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여동생 김 부부장은 1일자 담화에서 "며칠 간 난 남조선군과 미군과의 합동군사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될 수 있단 기분 나쁜 소리들을 계속 듣고 있다"면서 "우리(북한)는 합동군사연습의 규모·형식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최근 남북 간 통신선 복구 상황을 "중요한 반전의 시기"라고 지칭하면서 한미훈련이 예정대로 실시될 경우 "분명 신뢰회복의 걸음을 다시 떼기 바라는 북남 수뇌(정상)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관계 앞길을 더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부부장은 이어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는 말로 한미훈련 실시 여부와 그에 따른 향후 남북관계 등에 대한 책임을 우리 측에 떠넘겼다.

이에 앞서 우리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한미 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 등을 이유로 "한미훈련을 연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논란이 됐었다. 남북 통신선 복원과 관련해 북한에 나름 '선물'을 주려는 의도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 군은 북한 김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018년 이후 연례 연합훈련을 전보다 대폭 축소한 채로 진행해오고 있다. 특히 작년엔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여파로 전반기 훈련은 실시되지 못했다.

그러나 북한 측은 규모 등에 관계없이 한미훈련이 실시될 때마다 '북침 연습' 운운하며 대남·대미 비난전을 계속해왔고, 이번엔 훈련이 시작되기도 전에 남북관계 개선을 빌미로 훈련 중단을 공개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 안팎에선 "훈련이 코로나19 때문에 축소 실시되더라도 '북한 눈치 보기'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당국이 한미훈련 실시와 관련한 메시지 관린 혹은 상황 관리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와 관련해 훈련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물론, '훈련 연기론'을 폈던 통일부마저 "언급할 게 없다"며 말을 이끼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방부는 이날 "한미훈련 시기·규모·방식 등은 한미 당국이 결정할 사안으로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부승찬 대변인)는 입장을 재차 반복했고, 통일부는 "한미훈련이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도 이런 방향에서 계속 노력해나갈 것"(이종주 대변인)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우리 측 정세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훈련 중단을 요구"해 향후 남북관계 전망이 더 어두워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을 명분으로 훈련을 연기하는 게 남북 간 대화 발판을 마련하는 최선의 시나리오였다"면서 "북한도 우리가 훈련을 중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안다. 그런데도 훈련 중단을 언급하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오히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를 계기로 한미훈련이 '정상' 실시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각 당 예비후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북한을 의식해 훈련 연기 또는 중단을 결정한다면 그에 따른 '후폭풍'이 클 수밖에 없단 이유에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코로나19에 따른 한미훈련 연기론이 제기된 상황에서 북한이 왜 훈련 중단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조 위원은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를 통해 "북한도 남북 통신선 복구를 관계 회복 '신호탄'으로 인식하고 있고, 한미훈련 중단을 첫 변곡점으로 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한미훈련 중단을 명분으로 향후 대화에 나설지 말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carro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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