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층서 밤낮없이 들리는 '웅웅' 저주파..범인은 냉장고?

김광현 2021. 8. 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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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사례<9>폭행을 부르는 저주파 진동
층간소음은 발소리 외에 전자파 진동, 마사지기 진동 등 다양합니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도 일단 참고, 전문가에게 먼저 조언을 구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지난달 20일 서울서부지법에서 한 청년이 검찰로부터 징역 7년의 구형을 받았습니다. 아래층 청년 김 모씨는 평소 층간소음으로 위층 70대 노인에게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 노인이 자신을 쳐다보는 눈길에 버럭 화가 치솟았습니다. “뭘 쳐다봐”라며 무차별 폭행을 했습니다.

검찰은 “김씨는 평소 층간소음 등 갈등으로 앙심을 품은 피해자가 자신을 쳐다본다는 이유로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주먹과 발로 무차별 난타했다”고 밝혔습니다. 노인이 기절해 무방비 상태였음에도 얼굴만 공격해 살해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했습니다.

이 청년의 행동이 결코 정상이라고 볼 수 없겠지요. 하지만 솔직히 말해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층간소음의 피해자들이 많을 겁니다.

사소한 소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몇 개월 몇 년씩 지속되면 살인을 부르는 소음으로 변합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있었던 민원 내용입니다. 일부 내용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생략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앞으로도 층간 소음과 관련해 독자 여러분의 경험과 원만한 해법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경기 성남시 판교의 한 아파트에 사는 50대 남성입니다. 1년 전부터 윗층에서 밤낮없이 들리는 저주파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안방이 심해서 거실로 피신했습니다. 마치 피신한 것을 아는 듯이 윗집에서 거실에 집중적으로 저주파를 내보내는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혈압이 상승해 병원 치료와 약을 먹으면서 1년 가까이를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윗집이 악질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하는데 자신들도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아이들 뛰는 소리도 아니고, 어른들 발망치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피커를 크게 트는 것도 아니고, 개가 짖는 것도 아니고 아래층 사람들은 본인들도 그 소음원을 알고 싶다고 했습니다.

40대 부부와 아이들 2명이 사는데 아랫집이 자꾸 항의하는데 자신들도 겁이 나서 이사를 생각해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원인만 안다면 해결하고 싶다고 합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소음원 또는 진동으로 아래층이 피해를 호소한 경우입니다. ‘쿵쿵’이 아니리고 ‘웅웅’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면 이른바 저주파 피해일 수 있습니다.

저주파는 주로 벽을 타고 전달되는데 웅웅거릴 때도 있지만, 미세한 작은 음으로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음파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귀 보다는 몸이 먼저 느껴서 가시가 몸을 찌르는 듯 한 고통과 두통, 심장 떨림 등의 고통을 호소합니다.

위 판교의 사례는 ‘냉장고’가 범인입니다.

요즘 가정마다 일반 대형 냉장고, 소형 냉장고, 김치 냉장고 등 냉장고가 2,3대씩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윗집의 전자파를 발생하는 생활도구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니, 윗집의 냉장고는 총 3대로 김치 냉장고 2대와 일반적으로 흔히 사용하는 대형 냉장고였습니다.

김치 냉장고와 일반 냉장고의 위치는 거실과 부엌 사이의 중간 통로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이틀 정도 냉장고를 가동하지 않으니 1년 동안 발생하던 저주파가 없어졌습니다.

진동 흡수 매트를 깔거나 냉장고 위치를 이동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통상적으로 냉장고의 위치를 안방과 최대한 떨어진 곳에 위치하면 소음 및 진동이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유사한 냉장고 사례가 경기도 수원시 호매실의 한 아파트에서도 있었습니다. 신혼부부가 부엌에는 대형 냉장고를, 잘 사용하지 않는 작은 방에는 햇빛을 피해 김치 냉장고를 설치했다가 아래층의 피해 호소로 김치 냉장고를 베란다로 옮겼더니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저주파의 다른 사례로 안마기 진동을 들 수 있습니다.

경기도 광명의 아파트 7층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혼자 사는 A씨는 안방에서 잠을 자다가 바닥이 흔들리는 느낌에 잠을 깼습니다. 그 다음날인에도 잠을 깼는데 시간을 보니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동일한 일이 반복됐습니다.

윗층에는 70대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은 어린 손자가 와서 잠은 늦게 자지만, 진동을 일으킬만한 일을 하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전문가가 현장을 방문해 파악해보니 범인은 ‘안마기’였습니다.

벽에 손을 대고 진동을 느껴보니 진동은 윗집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그 진동의 흔들림 주기는 30초에서 1분 단위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들 부부가 자신들의 아이들을 돌봐줘 고맙다는 생각에 효도하는 마음으로 안방에 안마기를 설치해 드렸던 것입니다. 밤에 아이를 재우고, 안마기를 작동하여 안마를 받았다고 합니다. 안마기를 작은방으로 옮기고, 낮에 작동하는 것으로 해서 사건이 해결됐습니다.

※사례 분석 및 도움말=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현 중앙 공통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서울시 층간소음갈등해결지원단 위원. 저서 ‘당신은 아파트에 살면 안된다’ ‘층간소음 예방 문화 프로젝트’ 등)

김광현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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