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洪부총리 '협박담화' 유감

박정민 기자 2021. 8. 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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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행보와 발언을 보면서 법으로 보장한 직업 공무원의 자세와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2주 전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홍 부총리는 "임대차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후 전세계약 갱신율이 77%에 달한다"며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 본인이 임대차법 개정으로 전세 난민이 될 뻔했음에도 제도가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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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경제부 차장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행보와 발언을 보면서 법으로 보장한 직업 공무원의 자세와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공무원은 법으로 신분이 보장돼 있고, 공채 제도(과거 행정고시)를 통해 선발된 엘리트들이다. 선출직이 민의를 대변한다면 행정 공무원들은 업무 전문성으로 국민에게 봉사한다. 그런 점에서 경제 관료인 홍 부총리의 역할도 명확하다.

하지만 최근 홍 부총리가 보여준 행보는 그의 전문성 자체를 의심케 한다. 2주 전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홍 부총리는 “임대차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후 전세계약 갱신율이 77%에 달한다”며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분별없이 “추격매수”하는 국민이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훈계한 뒤 집을 사지 말 것을 당부함과 동시에 집을 살 경우 금리 인상으로 인해 쪽박을 찰 수 있다는 식으로 엄포를 놓았다.

사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 이후 국민은 정부·여당의 반성과 정책 변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실정(失政)을 고치는 것은 고사하고 한술 더 뜨는 분위기다. 홍 부총리의 임대차 3법 자화자찬과 ‘협박 담화’에 국민은 분노했다. 무분별한 임대료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제 시행으로 임대시장은 크게 흔들렸고, 임차인들은 폭등하는 전셋값에 전세 난민 혹은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는 ‘영끌족’으로 전락했다. 정부가 실수요자를 추격매수로 내몰았음에도 경제정책 수장은 이들이 무지한 탓이라고 한다.

선출직들이 망쳐놓은 시장을 전문성 있는 공무원이 되돌려놓아야 함에도 끝까지 그들의 편에 서서 정책 실패를 외면한 것이다. 임대차법 시행 1년 즈음해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6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한국부동산원·26일 기준)으로 올랐다. 홍 부총리는 이런 숫자는 거론하지 않고 현실에도 없는 공급계획 숫자만 나열했다. 만약 홍 부총리가 임대차법의 효과를 제대로 말하고 싶었다면, 저소득 서민의 전세계약 갱신율이 얼마나 올랐는지부터 구체적으로 언급했어야 했다. 서울 강남 4구에서 비싼 전셋집을 사는 사람들의 갱신율이 오른 현상을 정책 효과라고 보도자료에 올려놓은 것은 무지한 행위다. 치솟는 집값·전셋값을 막을 대책마저 소진됐다. 방법은 기존 정책을 폐기하는 것뿐인데 홍 부총리는 이제 모든 게 국민 탓이라고 말한다.

홍 부총리 본인이 임대차법 개정으로 전세 난민이 될 뻔했음에도 제도가 좋다고 한다. 홍 부총리가 이 같은 상황을 모를 정도로 무지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시장을 무시하고 규제만 앞세우는 여권의 압박에 대해 오히려 관료의 양심으로 맞서야 했다.

이미 여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이념 편향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경쟁하고 있다. 이들의 공약은 더 인기영합적이고 반시장적이다. 홍 부총리는 여당·청와대의 이념 정책 첨병 역할을 그만두고 경제 관료로서의 전문성과 소신에 따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최장수 부총리를 만들어 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의리로 정책을 할 때가 아니다. 국민의 고통에 공감하고 해법을 내놓는 엘리트 관료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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