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삐라'이어 '한미 연합훈련'..북한의 남북관계 청구서

배상은 기자 2021. 8. 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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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한미훈련에 "남북관계 흐리게 해..南 결정 주시할 것"
'삐라' 초강경 대응 후 대북전단금지법 등 법 제정..'성과'로 판단했을 가능성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남북 상시 통신선 복원의 의미를 평가 절하하며 이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했다. 남북관계 유화의 조건으로 또 한 번의 청구서를 내민 셈이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 행위에 대응하며 정부가 나서서 이를 중지시킬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결국 북한은 우리 정부의 '선명한' 태도가 나타나지 않자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하며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했다.

김 부부장은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며칠간 나는 한미 훈련이 예정대로 강행될 수 있다는 기분 나쁜 소리를 듣고 있다"며 "지금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군사 연습은 남북 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합동 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 정부와 군대는 남조선 측이 8월에 또 다시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하여 예의 주시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는 남북관계의 전면적인 개선은 통신선 복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선 복원에 합의했으나 이후 추가적인 관계 개선 동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한미 연합훈련을 관계 회복의 필요조건으로 설정하면서 임기 말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고조되는 대화 기대감에 일단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결국 북한이 꾸준히 요구해 온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이 413일만에 통신선을 복원하고 관계 회복 첫걸음을 뗀 남북 관계의 첫 '변곡점'이 된 것이다.

한미 군 당국은 8월 중 개최되는 연합훈련의 규모를 축소해 예정대로 실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북한이 요구하는 '중단'은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미 연초부터 선전매체 등을 통해 꾸준히 한미 연합훈련 관련 언급을 내놓으며 여론에 불을 지펴왔다. 이러한 선전매체들의 여론전은 특히 7월부터 본격화돼 왔다. 다만 당국 차원의 공식 입장은 자제하며 수위를 조절해왔는데 남북 통신선 복구라는 '유화 행보' 이후 김 부부장이 곧바로 당국 차원의 대응을 시사한 셈이다.

대남 메시지를 총괄하고 있는 김 부부장은 지난 3월 한미 연합훈련 당시에도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은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라며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교류협력 기구인 금강산국제관광국 등을 없애는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향후 연합훈련을 빌미로 이미 '안건에 오른' 조평통 및 금강산 기구 폐지를 실행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남북 통신선이 복원된 것을 두고 '물리적 연결' 뿐 그 의상의 의미는 없다면서 "나름대로 그 의미를 확대하여 해석하고 있으며 지어 북남 수뇌회담(정상회담)문제까지 여론화하고 있던데 나는 때이른 경솔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남북 통신선이 연결됐더라도 결국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지 않으면 지난 3년처럼 남북 간 대화 단절 상태를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선 복구라는 '정상 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강경한 입장이 고수되는 것은 지난해 삐라 문제에 대한 대응 이후 우리 측에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제정되는 것을 나름의 '성과'로 판단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이전부터 삐라와 연합훈련 문제를 수시로 남북관계의 안건으로 제기해 왔다. 요지는 두 사안 모두 정부가 '결단'해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완벽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삐라 문제가 지난해 북한의 강력한 반발 이후 정부 차원의 법 제정으로 이어진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일면 고무적인 부분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맥락에서 한미 연합훈련도 북한의 입장에서 남한 정부의 '결단'을 유도할 적기라는 평가가 내부적으로 도출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bae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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