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도쿄] 세계농구와 대적할 수 있다는 희망 찾은 한국 女농구, 다음 스텝이 중요하다

민준구 2021. 8. 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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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전 전패. 단순 결과로만 보면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의 도쿄올림픽은 실패다. 그러나 과정은 2승 1패 그 이상이었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준비에도 세계농구와 대적할 수 있다는 희망을 찾은 대표팀에 있어 이제는 다음 스텝이 중요한 시기가 왔다.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A조 세르비아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61-65로 패했다. 이로써 3전 전패를 당한 대표팀은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13년 만의 여정을 일찍 마쳤다.

비록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오른 대표팀이지만 그들은 패자가 아닌 승자였다. FIBA 랭킹 3위이자 2016 리우올림픽 은메달을 차지한 스페인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갔다. 또 FIBA가 인정한 파워랭킹 2위, 2021 FIBA 유로바스켓 우승팀 세르비아 역시 4쿼터 막판까지 앞서고 있었다. 죽음의 조에서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은 유럽 최고라고 불리는 이들을 크게 놀라게 했다.

세르비아의 마리나 말코비치 감독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기자들에게)직접 봤겠지만 이 대회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매우 놀라웠다. 우리가 상대한 한국, 그리고 일본과 중국의 농구는 높은 수준이다. 농구가 아닌 다른 스포츠에서 이들이 증명한 것들에 대해 이미 본적이 있지 않나. 이들을 상대하는 게 아마 ‘쉬울 수도’ 있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라고 이야기했다.

고무적인 건 정말 짧은 기간 내에 대표팀의 경기력이 세계 수준에 맞춰졌다는 것이다. 3년 전, 스페인 테네리피에서 열린 농구월드컵, 1년 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세계 강호들에게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무너졌던 것을 떠올리면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선수들 역시 변화에 대해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김단비는 “평가전은 없었지만 주어진 시간 동안 체계적으로 훈련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에 대해 미리 예상, 그리고 대처하려 했다. 시즌이 끝난 직후라서 모든 선수들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지만 전주원 감독님, 이미선 코치님과 함께 올림픽이란 무대에 제대로 나서기 위해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그 효과가 점점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강이슬 역시 “훈련 시간, 그리고 흘린 땀은 정말 거짓말을 안 하는 것 같다. 평가전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빼면 모든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우리가 준비한 농구를 하자고 했고 그게 잘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제한된 훈련 환경, 주어지지 않은 평가전 기회. 그러나 그 안에서도 스페인과 캐나다, 세르비아에 대한 맞춤 훈련 및 전술에 몰두한 대표팀은 세계 최고라는 그들을 상대로 매우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 다만 현재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이제 시작이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인지해야 한다.

현재 대표팀이 증명한 경기력을 오래 유지하고 또 최근 일본과 중국의 질주를 확실히 추격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남자농구와 같이 전임 감독제를 도입하고 일본과 중국처럼 월드컵과 올림픽에서의 성공을 위해 장기 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한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전주원 감독의 후임을 찾기 위해 오는 4일, 경기력향상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장기 프로젝트를 위한 첫 번째 걸음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다. 2022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농구월드컵과 2024 파리올림픽을 대대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적절한 시기이기도 하다.

더불어 다양한 국가들과의 평가전도 자주 치러야 한다. 대표팀이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경기를 펼쳤음에도 승부처 상황을 넘기지 못한 이유는 바로 경험 부족이었다. 스페인과 세르비아는 위험한 순간에도 승리하는 방법을 알았고 이는 다양한 경기 경험을 통해 얻은 것들이었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있지만 그럼에도 평가전은 계속 열리고 있다. 핑계가 되지 않는다.

김단비는 “10년 가까이 국가대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국제대회에서만 이런 팀들과 상대해야 했다. 우리도 미리 이들을 만나 경험하고 또 면역력을 키우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바라봤다.

100% 정확한 말이다. 대표팀은 도쿄올림픽을 경험하면서 점점 더 강해졌다. 자신들보다 더 좋은 신체조건을 지닌 선수들을 상대하는 법을 경기하면서 깨달았다. 이래서는 안 된다. 대표팀 선수들의 신체조건은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 가운데 평균 이하다. 그들이 강팀을 잡고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선 경험을 통해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도쿄올림픽에서의 선전이 앞으로 있을 대표팀의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전주원 감독과 이미선 코치는 이제 자신들의 소속팀으로 돌아가야 하며 지금의 시스템은 그저 단기적인 것일 뿐이다. 다가올 아시아컵에서 지금의 경기력이 유지하기 위해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수년, 아니 수십년 동안 언급된 이러한 문제점들은 여러 핑계로 인해 해결되지 않고 있다. 현 수준에선 올림픽 출전도 기적적인 상황이다. 감독과 코치, 그리고 선수들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준비 부족에도 세계적인 팀들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확실히 쐈다. 그들을 제외한 모두가 문제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 사진_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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