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꿈 이룬 쇼플리, 아내와 함께 대반전 이룬 사바티니와 판전둥 [도쿄올림픽]
[스포츠경향]
잰더 쇼플리(미국)는 남자 골프 금메달로 미국 뿐 아니라 가족의 숙원을 풀었다. 아내를 캐디로 삼아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인 로리 사바티니(슬로바키아)와 판전둥(대만)은 마지막날 7타차 열세를 극복하고 은, 동메달을 따내는 대역전극을 펼쳤다.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부활해 2016년 리우 대회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을 치른 남자골프가 화제를 쏟아내며 마무리됐다. 코로나19와 개인사정 등으로 세계 톱10 선수들 중 3명밖에 출전하지 못해 긴장감은 떨어졌지만, 참가 선수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금메달리스트 잰더 쇼플리는 올림픽 랭킹 3위, 세계랭킹 5위로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개막 직전 열린 제149회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콜린 모리카와(미국)의 기세가 강했지만 쇼플리는 2라운드부터 선두로 치고 나와 끝까지 리더보드 맨 위를 지켜 골프강국 미국의 자존심을 세웠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골프 종주국 영국의 저스틴 로즈가 금메달을 차지했었다.
쇼플리의 아버지 스테판 쇼플리는 젊은 시절 독일 육상 대표팀의 일원이었다. 올림픽의 메달의 꿈을 키우던 그는 전지훈련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한쪽 눈을 실명했고, 끝내 운동선수의 길을 포기해야 했다. 20세의 젊은 나이에 닥친 불행에도 운동선수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은 그는 아들에게 직접 골프를 가르쳤고, 마침내 그는 도쿄에서 스윙코치로 금메달의 기쁨을 함께 했다.
쇼플리는 대만 출신으로 일본에서 성장한 어머니의 소원도 이뤘다. 외조부모가 도쿄에 거주하는 잰더 쇼플리는 “아버지는 나의 성공을 위해 일생을 헌신하셨다. 어머니의 고향도 여기여서 내겐 많은게 동기가 됐다”고 밝혔다.
45세의 로리 사바티니는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최고령 골프선수다. 남아공 출신으로 PGA 투어 6승을 거두며 전성기 시절 세계 톱10에 들 만큼 뛰어났던 그는 2018년 아내(마르티나 스토파니코바)의 나라인 슬로바키아로 국적을 바꿨다. 아내의 친척이 슬로베니아 골프협회 임원이었던게 계기가 됐다. 동메달권과 7타 차로 멀어져 있던 그는 마지막날 무려 10언더파 61타를 쳐 한 라운드 최소타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일찌감치 경기를 끝내고 기다리던 그는 쇼플리가 17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지 못했다면 연장에서 금메달을 다툴 수도 있었다. 세계랭킹 204위인 사바티니는 “슬로바키아에서 골프는 아직 주목받는 스포츠가 아닌데, 이로 인해 유망주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판전둥도 이날 8타를 줄이는 대약진 후 7명이 벌인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했다. 콜린 모리카와, 로리 매킬로이(아일랜드),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등 메이저 챔피언들을 모두 물리치고 동메달을 딴 판전둥은 첫날 3오버파 74타를 쳐 60명 중 끝에서 3번째 위치에 있었으나 대반전을 이뤘다. 캐디백을 멘 아내 미셸과 플레이 한 판전둥은 “1라운드를 마치고 메달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미셸은 가장 위대한 캐디”라며 기뻐했다.
일본의 희망 마쓰야마는 마지막 두 홀에서 길지 않은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해 단독 3위에 실패했고, 결국 노메달에 그쳤다. 국적 갈등으로 이번 대회에 모자도 쓰지 않고 출전한 매킬로이(아일랜드)도 해피엔딩을 이루지 못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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