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中대사 "초심 잊지 않겠다".. 공산당 창당 유적 사진 올려
중국의 이익을 강하게 주장하는 발언으로 ‘원조 늑대 외교관’이란 평가를 받는 친강(秦剛·55) 신임 주미 중국 대사가 미국 도착 직후 트위터에 ‘공산당 충성 맹세’로 보일 법한 글을 올렸다. 미·중 관계 최일선에 서게 된 친 대사가 부임 초반부터 주재국인 미국보다는 중국 내부를 향한 메시지를 보내면서 민족주의 성향의 외교가 더 강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친 대사는 미국 도착 다음 날인 29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글 두 건을 썼다. 이날 처음 올린 트윗에 친 대사는 1921년 7월 중국공산당의 첫 전국대표대회가 열렸던 상하이 황푸취(黃浦區) 신톈디(新天地)의 오래된 건물 앞에서 찍은 사진을 첨부했다. 그리고 영어로 “새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당(黨)이 태어난 곳인 상하이의 중국공산당 제1회 전국대표대회 유적에 참배했다. 우리가 원래 지닌 포부에 충실하고 내 임무를 확고히 기억하겠다”고 썼다. 곁에 중국어로도 “초심을 잊지 않고 사명을 명심한다(不忘初心, 牢記使命)”고 적었다.
지난 26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친 대사가 출국 전 상하이에 머물며 미국상공회의소와 디즈니, 허니웰, 존슨앤드존슨 등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 대표들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때 중국공산당이 중시하는 유적지에도 들렀다는 사실을 친 대사가 직접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것이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중국에서 애국애당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이를 부각하는 메시지를 던진 것은 다분히 중국 국내 여론, 특히 시진핑 중국 주석 등 중국 지도부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이 글에 이어 친 대사는 상하이 진장(錦江)호텔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중 중·미 공동성명(상하이 코뮈니케)이 발표된 곳이다. 다시 시작하자!”고 썼다. 닉슨의 방중과 상하이 코뮈니케는 미·중 간 적대 관계 청산과 관계 정상화의 시발점이었다. 하지만 상하이 코뮈니케에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밖에 없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인정하면서 대만에 주둔한 미군 병력과 기지의 철수를 공언하는 내용도 있었다. 친 대사가 이를 상기시키면서 대만 편을 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고 볼 수도 있다.
1966년 중국 톈진에서 태어난 친 대사는 1988년부터 중국 외교부에서 일했다. 2005~2010년 중국 외교부 신문사(공보국) 부사장 겸 대변인을 지낼 때부터 직설 화법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주영대사관 공사로 근무 후 2011~2014년 중국 외교부 신문사장(공보국장) 겸 수석대변인을 지냈다. 중국의 주장을 강경하게 내세우는 것으로 유명했고, 2014년 외교부 예빈사장(의전국장)이 되어 시 주석의 해외 순방을 담당하면서 충성심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2018년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되었는데, 중국 외교부 차관 4명 중 가장 젊다.
그는 지난 2008년 “한미 군사 동맹은 역사적인 산물이며 냉전 시대의 군사 동맹으로 현대 세계의 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지만 끝내 철회하지 않았다. 2010년엔 한미 연합 서해 훈련에 대해 “외국군이 군함과 비행기를 이용해 황해 및 기타 중국 근해에서 중국의 안전 이익에 영향을 주는 활동을 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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