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돈이 아이스크림처럼 녹는다

강기택 금융부장 2021. 8. 2.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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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이들의 감정을 건드렸다.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았다. 혹을 떼려다 혹을 붙였다. 지난달 28일의 부동산 관계장관 담화에 대한 총평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치 부동산 애널리스트인 양 집값이 '최고수준'이라며 '추격매수'를 자제하라고 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 사람들은 그의 '조정론'을 '상승신호'로 해석한다. 집값이 오를 때마다 등 떠밀리 듯 나타나 '속수무책'임을 고백한다는 것이다. 당장 그 다음날 한국부동산원 통계가 증명한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2년 5월 이후 2주 연속 최고 상승률이었다. 전셋값은 2015년 4월 셋째주 이후 가장 높게 올랐다.

시장에 26전26패하면서 정부의 실력은 제로(0)에 수렴했다. 구두개입 밖에 달리 할 게 없다. '존경하는 국민'에게 '집값 잡는 경찰'도 있다고 겁박한 것 정도가 새로웠다. 사유재로 이뤄진 부동산시장에 '공유지의 비극'을 들이댄 무지는 맥락상 이해할 만했다. 전셋값이 폭등해서, 집을 못 사서, 세금폭탄을 맞아서 모든 이들이 고통받으니 걱정이 됐을 것이다. 그렇지만 집값 잡는 것을 '국민 모두의 일'로 몬 것은 무책임했다. "주택공급은 충분하다"고 되뇌며 수요억제로 일관하다 공급을 방기한 것은 정부와 여당이다. 부동산 정책의 설계자인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실행자인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의 실책을 반성하고, 임대차 3법과 분양가상한제 등을 입법한 민주당을 탓해야 한다.

'나라님'들이 뭐라고 해도 불변의 사실은 돈은 넘치고 '집다운 집'은 희소하다는 것이다. 빵처럼 구워낼 수 없는 집의 비탄력성 때문에 앞으로 몇 년간 달라지지 않는다. 홍 부총리는 올 입주물량이 전국 46만호, 서울 8.3만호라고 했다. 2023년 이후 매년 50만 가구씩 짓는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 절반이 넘는 4.2만호가 단독·다세대·연립주택 등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게 아니다. 공공임대까지 제외하면 민간 아파트 입주량은 3만1000호 뿐이다. 미래의 주택수도 홍 부총리가 내놓은 수치에 못 미친다. 2~3년 뒤 주택공급을 가늠하는 전국 주택 인허가건수는 지난해 약 46만건이다. 직전 5년 평균(약64만건)보다 28.2% 적다.

집이 부족하니 100% 실수요인 전셋값이 뛰었고, 그에 놀라 계약갱신청구권(2+2년)과 전·월세 상한제(5%룰) 등을 담은 임대차 3법을 만들었다. 매매시장은 실수요장으로 바뀐 지 오래다. 사정이 이런데 기대심리와 투기수요, 불법거래가 가격상승을 견인한다고 짚었다. 진단이 잘못 됐으니 처방이 잘 될 리 없다. 실수요를 충족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년에는 계약갱신청구가 됐던 전세 물량까지 높아진 시세에 맞춰 거래될 것이다. 전월세 급등이 불가피하고 이는 집값을 밀어올릴 요인이 된다. 이를 뻔히 알고 있으나 해법이 없으니 일단 미뤄 둘 요량으로 신규 전세계약에도 '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발상을 한다.

이렇게 수급이 꼬인 가운데 통화량은 꾸준히 늘었다. 지난 5월 평균 광의 통화량(M2)은 3385조원이었다. 1년 전보다 11% 증가했다. 게다가 3기 신도시 토지 보상금이 풀리고 있고, 5차 재난지원금도 준비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정부 전체 예산도 확장적으로 편성할 것을 논의하라"고 주문했다. 돈이 흔하고, 돈값이 헐값이니 세상 모든 것들의 가격은 죄다 오른다. 최저임금도, 원자재값도, 라면값도 다 오르는데 '집값이 내린다'는 주술은 공허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돈은 아이스크림처럼 녹는다. 빚이 곧 돈이니 빚도 녹는다. 금융당국이 대출을 조이면서 은행이 금리를 높이고 한도를 낮췄음에도 사람들이 빌릴 수 있는 한 빌리는 '영끌'로 '빚투'에 나서는 이유다. 투기도 불법도 아니고, 단지 벼락거지를 모면하고 자산가치를 지키려는 안간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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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금융부장 acek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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