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상이 된 '국방의 정치화' 北 손짓 한 번에 한미 훈련 축소
정부가 이달 중 예정된 한미 연합 훈련을 또 축소 실시할 것이라고 한다. 남북 통신선이 재개된 지 닷새 만이다. 미군은 예정대로 실시하자는 입장이었지만 통일부가 “훈련 연기”를 주장하자 군이 물러선 것이다. 그나마 지휘소 중심 훈련이라고 한다. 9·19 남북 군사 합의 이후 3대 연합 훈련이 사실상 없어지더니 3년 넘게 컴퓨터 게임 훈련만 하고 있다. 김여정이 이날 한미 훈련 취소를 요구한만큼 이 마저도 연기할 수 있다.
브룩스 전 주한 미군 사령관은 “한미 동맹 약화는 인기 영합적 민족주의를 만족시키려는 ‘국방의 정치화’ 때문”이라고 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워싱턴은 한국이 안보를 희생하면서 북한을 선거에 활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려 한다. 여권은 연일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 때 남북 정상회담 개최설을 띄우고 있다. 대선 직전에 정상회담 이벤트를 또 벌이겠다는 것이다.
에이브럼스 전 주한 미군 사령관은 “컴퓨터 훈련만 하면 실전에서 혼비백산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훈련을 위해 한국군 55만명분 백신까지 줬다. 하지만 지난 3년간 한미는 연대급 이상에서 총 한 발 같이 쏴본 적이 없다. 북한 눈치 보느라 이름도 못 붙이는 ‘홍길동 훈련’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이 한미 훈련을 중단하라고 하자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범여권 의원 35명은 김정은이 반발한다며 훈련을 연기하자고 했다. 군은 그래도 대응 태세에 문제없다 하고, 북의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엔 “직접적 위협이 아니다”라고 했다. 적이 싫어한다고 훈련을 하지 말자는 나라는 우리뿐일 것이다. 오죽하면 미국에서 “훈련을 위해 부대를 일본, 알래스카로 재배치하는 걸 검토한다”는 말이 나오겠나. 그래도 이 정권은 ‘남북 쇼’를 위해선 무슨 일이든 다 하려 할 것이다. 선거만 이길 수 있다면 나라 안보가 망가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사람들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The last dive: Korea’s oldest sea women reflect on a lifetime underwater
- [사설] 유전 개발까지 정치화, 추가 검증도 검토해볼 만
- [사설] ‘한동훈 대표’ 견제 위해 기이한 지도체제까지 검토한다니
- [강천석 칼럼] 마피아 영화 빼닮은 ‘이재명 재판’ 주목하자
- [광화문·뷰] 입양아는 ‘치부’가 아니라 ‘자산’이다
- [기자의 시각] 엔비디아 젠슨 황의 애국
- [백영옥의 말과 글] [357] 그들을 응원하는 이유
-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39] 칠로에섬의 수상 가옥
- ‘까까머리에 볼 홀쭉’ 전두환 손자 전우원 근황…“마약 하지 않겠습니다”
- NC, '옛 스승' 김경문의 한화에 첫 패배 안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