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73] 수영 종목엔 왜 흑인이 드물까
도쿄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전. 아무도 준결승에서 꼴찌 기록으로 올라와 8번 레인에 선 흑인 소년을 주목하지 않았다. 아프리카 튀니지의 열여덟 살 소년 아흐메드 하프나위는 우리나라의 박태환과 중국의 쑨양이 제패한 적이 있는 이 유서 깊은 종목에서 첫째로 터치 패드를 찍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 장거리에서 연속 정상에 오른 우사마 멜룰리에 이어 튀니지 두 번째 수영 금메달이다.
육상에선 전 세계 흑인들이 앞다투어 시상대의 제일 높은 곳에 오르지만 수구와 다이빙까지 포함하면 육상보다 금메달이 하나 많아 올림픽 33종목 중 가장 많은 메달이 걸린 수영에서 흑인의 모습을 보기는 동양인 찾기보다 어렵다. 대륙을 통틀어 흑인이 수영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접영 100m에서 수리남의 앤서니 네스티가 처음이다.
올림픽 수영의 종주국 미국 사정은 더 처참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수영에서 메달을 따기는 21세기에 와서야 가능했다. 2004년 그리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마리자 코레야가 그 주인공인데 그나마 계영 주자였고, 개인 종목에서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시몬 마누엘이 여자 자유형 100m에서 비로소 시상대에 올라 미국 국가를 들을 수 있었다.
20세기 초부터 수영은 미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레저 스포츠였다. 그러나 1964년까지 존속된 ‘짐 크로법’이라는 흑백 분리 정책은 흑인의 수영장 출입을 금지했다. 2010년 조사에서도 미국의 흑인 아이들 69%가 수영을 여전히 할 줄 모르며, 따라서 익사율도 백인 아이보다 무려 5.5배가 높다고 한다.
2019년 그래미를 휩쓴 레퍼 차일디시 감비노는 ‘This is America’에서 여전히 삶의 현장 곳곳에 남아 있는 짐 크로의 저주를 노래한다. “이 세상에서 넌 단지 흑인일 뿐/ 그저 바코드일 뿐이야/ 아무리 비싼 외제 차를 몰아도 넌 그저 흑인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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