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73] 수영 종목엔 왜 흑인이 드물까

강헌 음악평론가 2021. 8.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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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ish Gambino ‘This is America’(2018)
2018년 발매된 차일디시 감비노(도널드 글로버)의 디지털 싱글 노래 '디스 이즈 어메리카(This is America)'.

도쿄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전. 아무도 준결승에서 꼴찌 기록으로 올라와 8번 레인에 선 흑인 소년을 주목하지 않았다. 아프리카 튀니지의 열여덟 살 소년 아흐메드 하프나위는 우리나라의 박태환과 중국의 쑨양이 제패한 적이 있는 이 유서 깊은 종목에서 첫째로 터치 패드를 찍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 장거리에서 연속 정상에 오른 우사마 멜룰리에 이어 튀니지 두 번째 수영 금메달이다.

육상에선 전 세계 흑인들이 앞다투어 시상대의 제일 높은 곳에 오르지만 수구와 다이빙까지 포함하면 육상보다 금메달이 하나 많아 올림픽 33종목 중 가장 많은 메달이 걸린 수영에서 흑인의 모습을 보기는 동양인 찾기보다 어렵다. 대륙을 통틀어 흑인이 수영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접영 100m에서 수리남의 앤서니 네스티가 처음이다.

올림픽 수영의 종주국 미국 사정은 더 처참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수영에서 메달을 따기는 21세기에 와서야 가능했다. 2004년 그리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마리자 코레야가 그 주인공인데 그나마 계영 주자였고, 개인 종목에서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시몬 마누엘이 여자 자유형 100m에서 비로소 시상대에 올라 미국 국가를 들을 수 있었다.

20세기 초부터 수영은 미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레저 스포츠였다. 그러나 1964년까지 존속된 ‘짐 크로법’이라는 흑백 분리 정책은 흑인의 수영장 출입을 금지했다. 2010년 조사에서도 미국의 흑인 아이들 69%가 수영을 여전히 할 줄 모르며, 따라서 익사율도 백인 아이보다 무려 5.5배가 높다고 한다.

2019년 그래미를 휩쓴 레퍼 차일디시 감비노는 ‘This is America’에서 여전히 삶의 현장 곳곳에 남아 있는 짐 크로의 저주를 노래한다. “이 세상에서 넌 단지 흑인일 뿐/ 그저 바코드일 뿐이야/ 아무리 비싼 외제 차를 몰아도 넌 그저 흑인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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