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코로나발 균열, '회사'가 위험하다

안경애 2021. 8. 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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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코로나19는 많은 이들을 홈트레이닝족으로 변신시켰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으로 사회인야구, 조기축구 같은 야외 단체운동까지 막히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안타까운 사실은 '홈트'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운동이 건강에 훨씬 이롭다는 점이다. 덴마크와 미국 연구진이 8000여 명을 25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피트니스센터 운동보다 테니스, 배드민턴, 축구가 적게는 3배, 많게는 6배 이상 수명을 늘려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보다 함께'가 사람들의 행복뿐 아니라 건강과 수명에도 도움이 됨을 시사한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이 장기전으로 가면서 '기업 건강'이 위험신호를 보이고 있다. 산업활동 위축 못지 않게 심각한 것은 '관계의 균열'이다. 코로나19가 재택근무 등 업무방식을 바꿨을 뿐 아니라 구성원들이 밥 먹고 차 마시고 잡담을 나누는 소소한 소통의 고리를 끊은 결과다. 정형화된 업무와 기업활동은 비교적 차질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 보면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컨설팅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근로자와 고용주의 관계가 끊어지고 있다(disrupted)'고 진단했다. 팬데믹으로 근로자와 고용주의 관계가 심각한 스트레스와 테스트 상황에 놓인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근로자의 40%가 올해 중 회사를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지난 2월 내놓은 조사결과에 따르면 근로자의 89%가 직장생활이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 85%는 웰빙이 힘들어졌다고 응답했고, 56%는 직무 요구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은 팬데믹 상황에 자신이 소속된 회사가 직원들을 보호하고 대처하는 방식에 실망감을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영향으로 근로자들의 소속감이 낮아지면서 퇴사 물결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특히 팬데믹 이후 입사한 직원들은 언제든 회사를 옮길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31개국의 직장인 3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1%가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퇴사 러시가 일어나는 것은 많은 이들이 코로나 상황에서 변화를 미루고 버티다가, 경기가 나아질 조짐을 보이자 더 넓어진 고용시장에서 기회를 찾으러 나서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팬데믹 상황에서 직장과 일, 삶을 다시 돌아볼 시간을 가진 이들이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서는 회사가 원격근무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퇴사를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39%에 달했다.

국내에서 작년 연말부터 게임·인터넷기업을 중심으로 불거진 연봉·처우불만과 IT기업들의 연이은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도 기업과 근로자 간의 신뢰와 관계 약화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과거식 문화와 평가체계를 따라가길 거부하는 MZ세대들이 SNS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목소리를 내놓으면서 기업들의 평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듯이 사람과 일자리를 연결하는 플랫폼 일자리 증가도 기업과 근로자 간의 관계를 바꿔놓고 있다.

팬데믹은 사람과 일자리 간 미스매치와 부익부빈익빈 문제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딜로이트컨설팅에 따르면 2020년 실직자의 80%는 임금 수준 하위 25%에 포함된 이들이었다. 또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저임금 근로자 약 1억 명은 2030년까지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할 전망이다. 반면 기업들은 숙련 근로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세계적으로 고용주 10명 중 7명은 원하는 기술과 역량을 갖춘 직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인한 '모든 것의 쇼티지'와 '공급망 충격'이 고스란히 고용시장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부품이 수개월 내에 극복 가능한 단기적 문제라면 인재 쇼티지는 훨씬 심각하고 오래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떠나는 것은 잠깐이지만 키우는 것은 오래 걸린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지탱할 탄탄한 산업 인력을 키우고 유지하기 위해 기업과 근로자 간 더 명확한 비전 공유와 새로운 관계설정을 서둘러야 한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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