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 날아오르는데 투자 타이밍 놓쳐.. 위기의 삼성전자

나기천 2021. 8. 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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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세계 1위 대만 TSMC
7월 日에 첫 공장 건설 발표
삼성은 반도체 투자 몇 달째 미적
전문가 "지금은 오너 결정 필요한 때
이재용 세계 네트워크 활용해야
가석방 아닌 사면 결단 내려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시스
“어닝쇼크 수준의 단기 실적은 냈지만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긴 비전과 전략이 없다.”

지난달 29일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분기·반기 매출과 11분기 만에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발표했지만 시장 반응은 이렇게 신통찮았다. 이튿날 삼성전자 주가는 8만원선이 무너졌다.

삼성이 위기다. 2030년 세계 1위에 오르겠다던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대만과 미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고, 투자 타이밍도 놓쳤다. 삼성의 글로벌 네트워크도 희미해져 간다. ‘이재용’ 부재의 결과다. 물론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총수의 결정권이 절대적인 한국 재계의 현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가 불러온 후폭풍이 만만찮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삼성의 위기는 국가 전략산업의 위기로 직결되는 만큼 사면을 통한 이 부회장의 조속한 경영 복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수개월째 반도체 관련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2공장 입지 등이 확정되지 못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는 일본에 첫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지난달 발표했다. TSMC는 4월에는 향후 3년간 100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5월에는 미국 반도체공장 5개 추가건설 계획을 내놨다. ‘파운드리 1위’를 삼성에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규모 투자 결정으로 내보인 것이다.

미국 움직임도 심상찮다.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올해 7나노 반도체를 선보인 뒤 2025년 1.8나노 반도체를 생산해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거머쥐겠다”고 선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직 14나노, 10나노 수준에 머무른 인텔이 가세하면 첨단 공정 경쟁구도는 한국·대만의 2파전에서 한국·대만·미국의 치열한 경쟁 체제로 재편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의사 결정이 더 미뤄질 경우 현재의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는 물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 실현도 어려워진다. 업계에서는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한 때 아무런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삼성의 현재를 미래에 돌아보면 가장 뼈아픈 시간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 부회장의 구속이 길어지며 삼성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위축되는 데 대한 걱정도 많다. 삼성에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자산이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성의 현안을 풀어내는 ‘해결사’ 역할을 여러 차례 했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은 소유경영자와 전문경영자가 역할을 분담해 투자 결정이나 신성장 동력 확보 등 전략적 의사 결정은 오너경영자의 몫이었다”며 “삼성이 그런 경향이 특히 강한데 과거에는 오너가 투자 타이밍을 과감하게 포착해 글로벌 경쟁을 이겼는데 지금은 거꾸로 늦는 상황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또한 “이 부회장은 타 기업인과 비교할 수 없는 월등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가장 큰 장점인데 이를 활용할 수 없는 건 굉장히 큰 문제고, 삼성에도 큰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전략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우리 산업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의 손발이 묶인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며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니만큼 대승적으로 결단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석방은 보호관찰을 받아야 하므로 운신의 폭이 좁고, 글로벌 협상 등의 과정에서 위축될 수 있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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