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신기술 대전] 美취약 제조경쟁력 확보..동맹국 협력 강화

박정일 2021. 8. 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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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자체적 평가.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요소별 자체 진단.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인텔이 미세공정 로드맵을 새롭게 공개한 데 이어 마이크론이 업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하는 등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미국이 취약한 제조 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와 민간의 공통된 인식이 담겨있다.

이 같은 전략은 미국이 지난 6월 4일 내놓은 공급망 분석 결과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다. 산업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반도체 공급망을 디자인, 제조, 후공정, 소재, 제조장비 등 5개 영역으로 구분해 경쟁력을 평가했다.

그 결과 미국 정부는 디자인과 장비 쪽 경쟁력은 우수하지만 후공정과 소재 부문은 다소 취약하고, 제조 경쟁력이 가장 열악하다는 결론을 냈다. 미국 상무부가 공급망 분석과 함께 내놓은 7대 제언을 보면 동맹·파트너국과의 협력 다음으로 제시된 것이 자국 내 제조시설 지원, 반도체 제조를 위한 전력, 용수 등 인프라 확보 등 제조 경쟁력 강화와 관련한 내용이 상위에 포진됐다.

미국 내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상황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미국 내 대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의 경우 2017년까지 TSMC에 이은 세계 2위였지만, 수익성 악화 등으로 투자 여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7나노 공정 포기를 선언했다. TSMC와 삼성전자는 이미 7나노 공정을 양산 중이며 3나노 이하 공정까지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그 결과 글로벌파운드리는 삼성전자는 물론 대만의 UMC에게도 밀리는 등 톱5 자리도 위태로운 지경에 직면했다. 인텔 역시 자체 제조공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미세공정이 수율 확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일부 비주력 제품을 TSMC 등 파운드리 업체에 맡기고 있었다.

미국의 대표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로 꼽히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세계 1위 퀄컴의 경우 TSMC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미국 유학파 인재를 앞세운 중국의 도전은 미국에게 큰 위협으로 부상했다. 특히 화웨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 업체들이 자체 AP를 출시하고 5G 시장을 장악해버리자 미국의 위기감은 더 고조됐다.

심지어 중국은 설계 뿐 아니라 파운드리 세계 4~5위권인 SMIC도 보유하고 있다. 결국 반도체 자급률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중국제조 2025'가 반도체 종주국인 미국의 심기를 자극했고, 미·중 무역전쟁의 기폭제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강화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동맹·파트너 국가·기업과 연계·협력 강화'를 내세운 것은 우리 기업에 긍정적 요인이다. 중국을 고립시키겠다는 전략도 있지만, 동시에 당장 제조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점 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이를 고려했을 때 이미 6개월 이상 미뤄지고 있는 삼성의 미국 파운드리 투자가 더 이상 늦어지면 한·미 반도체 동맹이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TSMC가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직후 미국을 포함해 3년 간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곧바로 공장 신설에 들어가는 것과 대조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한국이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대해서는 별 다른 언급이 없다. 대체할 만한 업체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과의 반도체 동맹이 흔들린다고 판단할 경우 직·간접적인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준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실 연구위원은 "중국의 추격 저지 등의 기회요인을 살리기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기술동맹국 등에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파트너로서 우리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전략적 협력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미국의 제조 경쟁력 상승은 우리 산업의 글로벌 위상 약화와 직결되기 때문에, 향후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리가 우위를 점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렛대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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