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 "멕시코의 측면 공격 대비했지만, 더 신경 썼어야"

김창금 2021. 8. 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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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났다."

김학범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61)이 7월31일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8강 멕시코전 대패(3-6) 이후 밝힌 소감은 고독한 사령탑의 운명을 대변한다.

김 감독은 멕시코전 뒤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응원해주신 팬들께 죄송하다. 감독이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멕시코를 맞아 공격적인 전술을 펼친 것은 가파르게 상승한 선수들의 리듬을 살리기 위한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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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올림픽 8강전 패배 "내가 제대로 못했다"
역대 최고 성적 기대감에 팬 실망감도 커
준비과정, 와일드카드, 전술 문제 지적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31일 요코하마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8강 멕시코와 경기에서 수비하고 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감독이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났다.”

김학범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61)이 7월31일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8강 멕시코전 대패(3-6) 이후 밝힌 소감은 고독한 사령탑의 운명을 대변한다.

김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 지난해 23살 이하 아시아축구챔피언십 제패 등으로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의 입상 기대감을 높였다. 내심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성과 이상을 꿈꾼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멕시코전 패배로 중도 탈락하면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김 감독은 멕시코전 뒤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응원해주신 팬들께 죄송하다. 감독이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수비적으로 준비하지 않았다. 충분히 받아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이 계획했던 팀 전술을 설명했다.

사실 한국은 조별리그 1위(2승1패)를 차지했고, 온두라스와 조별리그 경기에서는 6-0 대승을 거두며 8강에 진출했다. 김 감독이 멕시코를 맞아 공격적인 전술을 펼친 것은 가파르게 상승한 선수들의 리듬을 살리기 위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멕시코의 날카로운 측면 공격력에 대비했지만, 더 신경을 써야 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멕시코의 왼쪽 날개 공격수 알렉시스 베가는 한국의 측면을 거의 농락하며 무력화시켰다.

측면이 뚫리면서 중앙도 무너졌다. 베가의 크로스로 시작된 엔리 마르틴의 선제골(전12분), 루이스 로모의 발리슛(전20분), 세바시티안 코르도바의 페널티 골(전39분)은 한국 수비에 궤멸적인 타격을 안겼다.

현영민 해설위원은 “수비수들은 골을 허용할 경우 자책감을 많이 느낀다. 그런 부분을 빨리 털어버려야 하는데,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자꾸 집착한 것 같다”고 짚었다. 중앙 수비수 정태욱(대구)은 경기 뒤 “멕시코 선수들의 기량이 우리보다 뛰어났다. 실수를 안 했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31일 요코하마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6대3 한국의 패배로 끝났다. 4강 진출이 좌절된 한국 이동경이 눈물을 보이자 김학범 감독이 다가가 다독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2018 아시안게임 이후 3년간 다져온 올림픽팀의 수비 조직력은 도쿄올림픽 직전까지 최대 약점이었다. 와일드카드로 김민재(베이징 궈안)를 낙점했다가 소속팀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박지수(김천 상무)로 변경한 것도 매끄럽지 못했다. 박지수는 한 달 전 상무에 입단해 몸이 완전하지는 않았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수비수만 탓할 수 없다. 공격수나 미드필더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했다. 좀 더 끈끈한 팀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멕시코가 와일드카드로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36)를 비롯해 노련한 마르틴과 로모 등을 선택한 것과 비교해, 손흥민(토트넘)을 와일드카드에서 제외한 것에 대한 책임론도 나온다. 물론 김학범 감독은 “우리 선수들도 빠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학범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과 주장 이상민이 21일 일본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가시마/연합뉴스

김학범 감독의 축구는 공격적이며 직선적이다. 슈팅수(15-14)와 유효슈팅(10-10)에서 앞서거나 대등했다. 이동경(울산)이 자존심을 살린 선제골, 추가골을 터트렸고, 막판에는 황의조(보르도)도 득점 대열에 합류한 것은 공격 축구의 단면이다.

현영민 해설위원은 “축구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멕시코에 일방적으로 밀린 경기는 아니라고 본다. 슈팅 개수에서도 차이가 거의 없다. 다만 실점 상황이 선수들에게 부담감을 주고, 경험 부족으로 그 난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패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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