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논쟁, 정치권 가열..논쟁 지점은 어디?
[경향신문]
‘기본소득’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대통령 임기 내 연 100만원’ 기본소득 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기본소득을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본격화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이 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을 비판하면서 관련 논쟁은 대선 기간 내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서 진행중인 기본소득 관련 논쟁지점을 정리했다.
①실효성
이 지사는 지난달 22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임기 내 전국민에게 1인당 연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두고 야당 대선 주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월 8만원은 그 돈 없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에겐 세금 낭비, 그 돈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자원”(지난달 24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한 달 용돈 수준도 되지 않는, 전국민 외식수당”(지난달 23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라며 비판했다. 부족한 재원으로 ‘전국민 지급’에 몰두하느라 전국민에게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지급하는 것보다, 저소득 계층에게 더 많은 돈을 주는 것이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여권 대선 주자들도 ‘선별지원’을 주장하고 있다.
이 지사는 고소득층이 소액이나마 기본소득을 받을 때 ‘효능감’을 느끼게 되고, 그것이 향후 고소득층에게 증세 동의를 더 쉽게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지사는 지난달 2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정부가 1차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지원이 불필요한 사람은 기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제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 중 96%가 기부하지 않고 지원금을 수령했다”고 말했다. 모든 국민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소액이라도 지원금을 받으려는 욕구가 있으며, 고소득층도 소액의 기본소득을 받으면 증세에 전보다 호의를 느끼고 증세 논의도 활발해져 복지 재원의 총량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1일 SNS에서 “(고소득층이) 기본소득 필요 없으니 감세를 해달라고 하면 뭐라고 대응하겠는가”라며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②재원
1인당 연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매년 예산이 50조원 필요하다. 이 지사는 지난달 22일 ‘기본소득토지세’와 ‘탄소세’를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한 목적세로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에서는 “결국 국민 재산을 빼앗는 것”(최재형 전 원장) “이미 급증한 보유세를 또 올리겠다는 이야기”(유경준 국민의힘 의원)라며 증세 자체에 대해 반발했다. 여권에서는 정세균 전 총리가 23일 “국토(토지)보유세와 탄소세를 만든 취지는 토지에 대한 지대와 탄소배출량을 줄여 그 세금을 필요없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세목이 적절한지를 따졌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만큼 증세 자체를 비판하는 야권의 주장에 반박하지는 않았다. 토지보유세와 탄소세가 재원으로 맞지 않는다는 정 전 총리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지대 추구 문제 및 탄소중립은 우리가 어차피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런 세금으로 얼마만큼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 지사 경선 캠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탄소세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의 목표연도가 2050년인 만큼 탄소세 세원이 ‘0’이 될 가능성은 당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 밖에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밝히지 않아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③명칭
여권에서는 이 지사의 정책이 기본소득의 기본 정의와 맞느냐는 비판도 하고 있다. 신동근 의원은 최근 SNS에 이 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을 비판하면서 “보편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지급한다는 기본개념과 관계가 멀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청년이나 농촌 등 취약계층·지역에 우선 기본소득을 추가 지급하는 구상을 밝혔지만, 신 의원은 이것이 ‘보편수당’이며 ‘기본소득은 아니다’라고 본 것이다. 그러자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SNS에서 신 의원의 문제제기에 대해 “청년수당·농민수당이 정확한 표현이지만, 정책 지향에 따라 청년기본소득·농민기본소득이라고 명명해도 시비할 일이겠는가”라고 반박했다.
당내 본경선과 대선 본선이 치열하게 전개될수록 기본소득의 개념 및 명칭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기본 시리즈 3부작’을 핵심공약으로 삼은 만큼 ‘기본소득’ 명칭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기본소득은 아직 전면 도입한 국가가 없는 만큼 쉽게 결론이 나오지 않은 채 논쟁이 대선 끝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 지사가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집행해 봤다는 자신감이 있어 앞으로도 직접 논쟁 전면에 나서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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