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문학사와 함께한 66년8개월..800호 맞은 문예지 '현대문학'

선명수 기자 2021. 8. 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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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내 최장수 문예지인 월간 ‘현대문학’이 2021년 8월호로 지령 800호를 맞았다. 사진은 800호 기념 특대호의 3가지 표지(윤형근 작). 현대문학 제공


국내 최장수 문예지인 월간 ‘현대문학’이 8월호로 지령 800호를 맞았다. 1955년 1월 창간한 이래 66년8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발행됐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월간 문예지가 67년째 중단없이 발행되는 사례는 없다는 것이 현대문학 측 설명이다.

“인류의 운명은 문화의 힘에 의존된다. 때로 민족은 멸할 수도 있고 때로 국가는 패망할 수도 있으나 인류가 남겨놓은 문화는 결코 그 힘을 잃은 적이 없다.” (‘현대문학’ 창간사) 전쟁의 폐허 속에서 ‘문화의 힘’을 강조하며 창간한 현대문학은 당대 문인들의 터전이자 한국문학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문화에 대한 갈증이 컸던 시절, 3호까지 내고 폐간하는 일이 잦아 ‘삼호문학’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부침이 심한 문예지 시장에서 현대문학은 1950~1960년대 문인들의 거점 역할을 했다.

한국 현대문학의 주요 작품들이 현대문학을 통해 발표됐고, 주요 신인작가들을 배출했다. 시인 고은, 박재삼, 김관식, 문덕수, 황동규, 마종기, 이성부와 소설가 이범선, 최일남, 박경리, 서기원, 이문구, 최인호, 조정래 등 그간 현대문학이 배출한 문인의 수는 600여명을 넘어선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비롯해 김동리의 단편 ‘밀다원시대’(1955), 이범선의 단편 ‘오발탄’(1959), 남정현의 단편 ‘분지’(1965), 서정주의 시 ‘동천’(1966) 등도 현대문학을 통해 발표됐다. 시 부문에 서정주·박목월·유치환, 소설에 김동리·황순원, 평론에 조연현, 희곡에 유치진이 신인들을 발굴하는 현대문학 추천위원으로 활동했다.

월간 ‘현대문학’ 역대 표지화들. (왼쪽부터) 김환기 작 창간호, 이중섭 작 1961년 12월호, 천경자 작 1972년 5월호, 장욱진 작 1975년 10월호. 현대문학 제공


문학평론가 이남호 고려대 교수는 800호 특별 기고에서 “한 권을 300페이지로 잡으면 24만 페이지가 된다. 24만 페이지 위에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66년8개월 동안 4000편 이상의 소설과 6000편 이상의 시와 4000편 이상의 산문을 발표했다”며 “현대문학 800권은 그대로 ‘한국 현대문학사’가 된다고 우겨도 될 법하다. 현대문학 800권을 한국 현대문학의 ‘팔만대장경’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썼다.

잡지 안에 실린 작품 못지 않게 표지 삽화 역시 당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창간호 표지화와 삽화는 김환기가 그렸고, 이중섭(1961년 12월호), 천경자(1972년 5월호), 장욱진(1975년 10월호), 서세옥(1976년 3월호) 등 당대 거목들이 현대문학 표지화를 장식했다.

이번 800호 특대호는 512쪽 분량으로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소설가 35명의 짧은 소설과 시인 36명의 시로 채워졌다. 표지화는 단색화가 윤형근의 작품으로 이번에는 특별히 세 종류의 그림으로 세 가지 표지를 제작했다. 유족 측이 제공한 미공개 작품 두 편도 포함됐다.

국내 최장수 문예지 ‘현대문학’이 지령 800호를 맞았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월간 문예지가 67년째 중단없이 발행되는 사례는 없다는 것이 현대문학 측 설명이다. 현대문학 제공


800호 발간에 맞춰 웹진 ‘주간 현대문학’도 선보인다. 과거에 비해 문학 독자들이 줄어든 상황에서 젊은 독자들에게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서기 위한 시도다. 그간 월간지에 실렸던 연재들 중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을 웹진에서 재연재하고, 시인 송승언과 소설가 김희선의 새 에세이도 연재한다. 윤희영 현대문학 잡지팀장은 “모든 힘은 문화에서 나온다는 창간사의 의미가 현대문학을 만드는 힘”이라며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67년째 이어온 잡지를 버리는 건 창간사의 의미를 버리는 일이라 묵묵하게 임무를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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