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베테랑' 강백호는 '도쿄의 이승엽'이 될 수 있을까 [도쿄 라이브]
[스포츠경향]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야구 대표팀 4번 타자 이승엽은 생전 경험하지 못한 부진에 속을 끓였다. 예선 7경기에서 22타수 3안타, 타율이 0.136밖에 되지 않았다.
처음 보는 이승엽의 모습은 대표팀에게도 큰 기로였다. 이대호, 김동주 같은 장타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4번 타자는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같이 살고 같이 죽자’는 심정으로 4번 이승엽을 밀어붙였다. 이승엽은 8번째 경기였던 4강 한·일전에서 기적 같은 8회 결승 2점 홈런을 터뜨리며 화답했다. 극도로 부진하다가 가장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때린 이승엽은 극적이었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신화의 상징이 됐다.
그 뒤 처음 열린 올림픽 야구, 2021년 도쿄에서 다시 도전하는 야구 대표팀은 또 비슷한 모습을 보고 있다. 4번 타자 강백호(22)가 너무 부진하다.
강백호는 7월29일 이스라엘전과 31일 미국전에서 각각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대표팀 타자 전체가 좋지 않은 흐름이지만 강백호는 선발 출전한 타자 가운데 유일하게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강백호는 대표팀에 가기 전 KBO리그에서 타격 1위(0.395)를 달렸다. 70경기 이상을 치르고도 타율 4할을 유지할 정도로 개막 이후 내내 최고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홈런은 10개지만 득점권 기회가 오면 반드시 쳐주는 해결사로, 안타를 못 친 경기는 손에 꼽아야 할 정도로 꾸준히 잘 쳤다. 그러나 도쿄에 온 뒤 방망이가 식었다.
예상보다 더 강했던 상대 투수들의 호투에 모두가 대응하지 못하고 물러난 미국전 이후 타격은 가장 시급한 문제가 됐다. 포수이자 중심타자인 양의지도 “방망이가 터져 투수들이 편하게 던질 수 있게 해주자고 이야기 나눴다”고 했다. 그 중심에 강백호가 있다.
김경문 감독은 베이징 올림픽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뚝심’대로 최종 엔트리를 구성했고 전략을 짰다. 도쿄에 입성한 뒤에도 “투수들이 차분하게 막는다면 분명히 타자들이 나중에는 쳐줄 것으로 믿는다”며 “주전 라인업은 큰 부상이 없는 한 변동없이 유지하려 한다”고 했다. 투수 운용에 방점을 두고 타자들에게 시간을 주면 반드시 친다는 믿음이 이번 올림픽에 나선 김경문 감독의 기조다.
이승엽마저도 베이징 4강 일본전에서 홈런을 친 뒤에는 참았던 눈물을 보였다. 팀은 계속 이기고 있었지만 자신의 몫을 못한다는 사실에 극도의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다. 늘 가장 큰 변수는 선수의 정신력이다. 그런데 강백호는 강철 같이 단단한 ‘멘탈’을 가진 선수다.
20대 초반의 프로 4년차 선수가 감당하기에는 올림픽의 중압감과 쏟아지는 시선이 대단히 큰 부담이겠지만 강백호는 웬만한 베테랑 타자들보다 여유롭고 강한 마음가짐을 가졌다. 지난해 첫 가을야구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3번 지면 끝인 플레이오프에서 2차전까지 8타수 1안타에 머물고도 우려에 “이제 2경기 했다”고 대응한 강백호는 3차전에서는 곧바로 4타수 3안타로 회복해 결국 시리즈 타율 0,333을 만들고 끝냈다. 어리지만 ‘도쿄의 이승엽’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도쿄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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