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생들은 왜 '고소득층'에 세금부과를 주장했을까

이원광 기자 2021. 8. 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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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한민국4.0 Ⅳ: 어젠다 K-2022]<2>한국 사회보장체계의 진화를 위하여②기본소득 vs NIT vs 소득보장제

[편집자주] 2022년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머니투데이가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와 함께 9회에 걸쳐 '대한민국 공론장'을 마련합니다. 어느 정파에도 얽매이지 않고 모든 후보와 정당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는 좌담회를 진행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릴 맹목적 진영논리나 인기 영합의 흐름에 제동을 걸고, 여야·좌우를 넘어 미래를 위한 생산적이고 책임 있는 정책 대안 경쟁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기본소득 vs 부의소득세(NIT·Negative Income Tax) vs 국민소득보장제.

현행 소득보장 체계의 대안으로 전국 단위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정책들이다. 학계가 주목한 데 이어 대선 정국을 맞이한 정치권이 적극 호응하면서 국민 시선을 사로잡는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거나 기존 제도를 혁신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나 현행 소득보장 체계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문제 의식은 유사하다.

전국민 지원 vs 차등 지원…하버드의 '기본소득' 실험, 결과는?
학계에서 논의되는 기본소득 개념을 종합해 보면 대체로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성 등 원칙을 가진다. 모든 사람에게 개인 단위로 정기적으로 자산심사나 노동요구 없이 지급하는 방식이다.

유종성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달 20일 '어젠다-K(케이) 2022' 지상좌담(공공정책전략연구소·머니투데이가 공동 진행) 중 2회(복지분야)에서 '맨큐(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의 실험'을 통해 기본소득의 특징을 설명했다.

맨큐는 하버드대 학생들에게 다음 두 가지 소득재분배 정책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 물었다. 첫째는 △소득이 없는 이들에게 연 600만원(월 50만원) 지급 △저소득자는 차등 지급(소득의 20%씩 감액) △연 3000만원 초과 소득자는 20% 세금 부과해 재원 마련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모든 이들에게 조건 없이 연 600 만원을 지급하고 모든 소득에 대해 20%의 세금을 부과한다.

하버드대 학생 중 90%가 소득재분배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등을 이유로 1번을 선택했다. 그러나 유 교수는 두 정책이 사실상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우선 소득이 0원이면 두 정책 다 세금 없이 연 600만원을 지급받는다.

소득 5000만원의 고소득자도 마찬가지다. 첫째의 경우 과세 기준 3000만원 초과분인 2000만원 중 20%(400만원)를 세금으로 낸다. 두번째 정책은 소득 5000만원 중 20%인 1000만원을 세금으로 내고 600만원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두 정책 다 400만원의 세금을 내는 셈이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두 정책이 사실상 같은 효과에도 두 번째 정책이 행정적으로 용이하고 낙인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누구는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한다'는 식의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고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장점도 있다. 소득 재분배 효과는 소득에 비례하는 소득세 부과 등을 통해 이뤄진다.

공공정책전략연구소·머니투데이가 공동 진행하는 '어젠다-K(케이) 2022' 지상좌담 중 2회(복지분야) 토론회가 이달 20일 온라인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 사진제공=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
부(Negative)의 소득세…'연 600만원' 저소득자, '300만원' 받는다

부의소득세는 저소득층에게 받는 세금보다 되돌려주는 금액을 더 높이는 방식의 소득보장 체계다. 저소득층에 마이너스(-) 소득세를 부과해 결과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부'(Negative)의 소득세(Income Tax)로 해석된다.

소득 증가에 따라 내는 세금은 많아지고 지급액은 감소한다. 초고소득자는 세금을 더 내고 돌려받는 돈은 없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1962년에 제안한 개념이다.

김낙회 전 관세청장은 이날 부의 소득세 도입방안을 발표하며 부의소득세의 적정 기준을 '연소득 1200만원 이하'라고 봤다. 연소득이 0원인 경우 부의소득세로 600만원(공제액 1200만원·세율 50%)을 환급받고 연 600만원 소득자는 300만원을 환급받아 실소득 900만원이 된다.

연 1200만원 소득자는 부의소득세 적용 없이 실소득 1200만원을 보전 받는다. 연 1200만원 이상 소득자의 경우 돌려받는 부의소득세는 없다. 세율에 따라 연 4600만원 소득자는 510만원을, 연 5억원 소득자는 1억6256만원을 세금으로 낸다.

부의소득세는 일정 소득 이하에게만 지급된다는 점에서 모든 개인에게 지급되는 기본소득과 차이를 보인다. 또 부의소득세가 소득 기준을 전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정확한 소득파악 시스템이 전제돼야 한다.

공공정책전략연구소·머니투데이가 공동 진행하는 '어젠다-K(케이) 2022' 지상좌담 중 2회(복지분야) 토론회가 이달 20일 온라인상에서 진행된 가운데 홍경준 성균관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 사진제공=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
사회보험·공공부조 '혁신'…"하나의 제도로 무엇을 달성하나"
국민소득보장제는 기본소득이나 NIT 등 하나의 제도로 모든 것을 풀려고 하는 시도가 아니라, 현행 소득보장체계를 혁신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제안이다.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그리고 각종 수당을 혁신하는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중위 소득 50% 이상을 달성하는 내용이다. 2021년 1인가구 기준 91만원 이상이다.

우선 국민생활보험 제도의 다양한 급여를 통해 소득에 비례적인 급여를 보장한다. 4대 보험 등 이른바 '중심부 취업자' 위주로 설계된 사회보험을 취업 형태와 관계 없이 모든 취업자에게 확대 적용하는 내용이다.

이어 개별 소득 활동과 소득 비례적인 급여 이후에도 중위 소득 50% 미달 시 사회부조와 각종 수당을 통해 보충하도록 설계된다.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국민소득보장제는 하나의 제도로 무엇을 달성하는 방법 아니"라며 "그런 방식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소득보장제는 생활에 곤란을 끼치는 사회 위험을 4가지 범주로 분류하고 이에 패키지(일괄) 프로그램으로 대응한다고 홍 교수는 설명했다. 소득 능력의 상실(재해와 은퇴), 소득 능력의 감소(교육·훈련과 돌봄), 소득의 상실(실직과 질병), 소득의 감소(취업지위 하락과·장기 무급휴직) 등이다.

또 사업장에 기반한 사회보험료(payroll tax)를 국세청 월단위 실시간 소득파악체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국민보험세'(national insurance tax)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사회보험을 모든 취업자에게 확대 적용한 데 대한 후속 조치다. 근로·사업·자본·이전 소득 등 모든 소득에 정률 과세하고 국세청이 원천 징수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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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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