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째 1000명대, 생활치료센터에서 호흡기로 버티는 사람들

김명지 기자 2021. 8. 1. 09: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병상 부족 현실로
정부 "병실 줄어.. 비수도권 병상 효율 높일 것"
지난달 24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코로나19 의심 환자 이송을 마친 의료진이 구급차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조선DB

지난달 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수도권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50대 A씨. 별다른 증세 없이 센터에 들어왔던 A씨는 입소 닷새째 두통과 발열, 구토 증상을 보이다가 일주일 만에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이송됐다. 타이레놀을 먹으며 버티던 그는 기침으로 숨쉬기가 곤란해졌고, 센터는 이틀 만에 그를 병원으로 옮겼다. A씨는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3주 만에 퇴원했지만, 그때 기억을 떠올리면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흐른다고 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파고(波高)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입원해야 하는 병상도 빠르게 줄고 있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무증상으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으나, 증상 악화로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 중에서 병실을 찾지 못해 센터에서 하루 이상 대기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방역당국은 입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무증상⋅경증 확진자는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하고,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입원시킨다. 여기서 증상이 더 악화되면 중환자실이 있는 대학병원 등으로 옮기게 된다.

방역 당국은 4차 대유행 초기에는 무증상 환자들이 많아 ‘생활치료센터’ 확보에 중점을 뒀다. 그런데 하루 신규 확진자 숫자가 1000명대를 기록한 지 3주째에 접어들면서, 증상이 악화돼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환자의 숫자도 늘어나면서 병상 부족이 현실화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코로나19 중증 환자 전담 병상은 전국에 370여개밖에 남지 않았다. 중등 환자가 이용하는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은 전국 8177개 중 27%인 2228개만 남아 있다.

남아 있는 27%의 병상은 당장 입소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니라 ‘비어있는’ 병상을 뜻한다. 간호 인력과 소독 방역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그 숫자는 크게 줄어든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지난달 30일 열린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00명을 넘은 지 24일이 지나 점차 병실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DB

수도권 외 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달 28일 기준 수도권 환자의 83%가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지만, 비수도권에서는 49%만 생활치료센터를 배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달리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입원 치료까지 필요하지 않은 환자가 생활치료센터가 아니라 감염병 전담병원에 입원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세미나에서 “수도권은 그나마 병상 사정이 낫다”며 “비수도권 하루 신규 확진자 500명이 계속되면,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중환자실로) 환자 이송(턴오버)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감염병 전담병원에 있는) 중증도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중환자실로 가게 된다”고도 말했다.

여기에 무증상으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해 일정 기간이 지나 퇴소했다가 증상이 악화돼 병원으로 입원해 치료받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센터에 입소한 확진자들은 입소 중 증상이 크게 악화되지 않으면 추가 검사 없이 7~10일 사이에 퇴소한다.

한 방역 전문가는 “병원에 입원하는 확진자들은 폐렴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악화돼 오는 환자들이다”라며 “센터를 퇴소한 뒤 상태가 악화된 사람은 관리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센터에서 퇴소한 확진자도 후속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역 당국은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태가 호전된 코로나19 입원 환자를 생활치료센터로 옮긴 감염병 전담병원(전국 72곳)에는 1일부터 지원금도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1~3월 한시적으로 시행됐던 이 ‘인센티브’ 사업은 최근 4차 유행으로 병상 간 순환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번에 다시 시작돼 10월까지 지속된다.

방역당국은 비수도권에서 증상 정도에 따른 환자 분류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병상 운영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이라고 보고 있고, 병상 운영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비수도권 병상 배정 체계를 점검하기로 했다. 전문가 사이에서 무증상·경증 환자에게 의료 기기 등을 나눠주고 자가치료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방역당국도 백신 접종률을 고려해 자가치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접종률이 올라가고, 치명률이 내려가고 있는 상황에는 (자가치료를) 충분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