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져오면 줄여준다?" 최근 이슈사건에 등장한 '플리바게닝'.."차라리 제도화" 주장도
최근 사건서 플리바게닝 속속 등장
타인 범죄첩보 제공 시 감면
국내에는 아직 법·제도 없어
MB땐 국무회의 의결됐지만
반대 여론에 밀려 보류돼
시기상조론 속 "제도화로 투명성 높이자" 주장도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을 전후해 '이동재 기자 사건' '수산업자 변호인 의혹' 등 플리바게닝과 연관된 사건이 속속 터지고 있다.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은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거나 타인의 범죄 첩보를 제공하는 조건 등으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가벼운 범죄로 처리하거나 형량을 낮춰 주는 제도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공식 시행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두 사안 모두 플리바게닝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사건이란 분석이 나온다.
허 경위가 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부하 A씨에게 "김씨 변호인과의 대화를 녹음해오라"고 요구한 당시, A씨는 별도의 공동폭행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던 것으로 보도됐다. A씨가 실제 허 경위의 요구를 들어줬다면, 이는 경찰이 자신에게 선처를 해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을 수 있다.
'수산업자 변호인 사건'이 사실이라면 이는 통상적 플리바게닝을 넘어선 범죄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해당 의혹이 진짜라면 이는 사법협조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면 "의혹이 맞다면 그 경찰관은 해임 또는 파면 등의 중징계를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동재 사건'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VIK 대표에게 플리바게닝을 제의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지난달 16일 이 전 기자에게 강요미수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부장판사 홍창우) 판결문에 따르면,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지난해 2월 보낸 1차 편지를 언급하며 "피해자(이철)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주가조작 등 비리정보를 진술하지 않으면 추가 수사로 형량이 올라가는 등 더 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취지가 강조돼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전 기자는 4차 편지에서 "검찰과 공식적인 딜을 할 수는 없다. 플리바게닝은 불법이며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도 적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플리바게닝에 기댄 사건은 횡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플리바게닝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 다만 그간 수사 일선에서 암묵적으로 플리바게닝이 이뤄졌다는 평가는 받고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통화에서 "(플리바게닝은)요즘에는 잘 안하는데 예전에 인지수사가 활발할 때 많이 했다.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자기 범죄 뿐만 남의 범죄에 대해서도 했다"며 "(피의자의 변호인 등)변호사의 입회가 활발해지고, 영상조사가 보편화되면서 플리바게닝을 잘 못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앞서 이명박정부는 2011년 7월 국무회의에서 '사법협조자 소추면제 및 형벌감면제'를 의결했지만 유보됐다. 조직범죄 등 가담자가 사건해결 또는 공범 검거에 기여할 경우 기소 자체를 면제해 주거나 형을 감경해 주자는 시도였지만 반대 여론에 밀려 좌절됐다.
다만 '자수'의 경우 공식적으로 수사기관에서 형을 면제하거나 감경할 수 있다. 형법이 "죄를 범한 후 수사책임이 있는 관서에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청과 금융감독원도 오는 8월 14일까지 '보이스피싱 특별자수 신고기간'을 운영하며 "보이스피싱 자수 시 형사처벌이 감경 또는 면제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플리바게닝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아직까지는 부정적 평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현실에서 은밀히 플리바게닝을 하더라도 이를 공식화하는 것은 아직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본다"며 "다양한 수사기법 개발 등을 통한 수사기관 자체의 역량강화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플리바게닝을 제도화해 투명하게 운영함으로써 부작용을 막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정부에서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양홍석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방법으로 타인의 범죄 첩보를 제공해 수사를 도와주면 수사기관도 해당 인원에 대해 일정한 고려를 해준다. 그 자체를 불법으로 보긴 어렵다"며 "플리바게닝의 부작용을 줄이는 것은 법제화해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다. 해외 법제를 참고해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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