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강백호·이강인 떴지만 치킨집엔 배달 알림만.. '올림픽 특수' 집어삼킨 거리두기 4단계

김효선 기자 입력 2021. 8. 1. 09:01 수정 2021. 8. 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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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야외에 테이블이 가득해 사람도 지나다니기 힘들었던 을지로 노가리 골목.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스포츠 이벤트가 있을 때면 치킨집마다 TV나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중계해주고, 근처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단체 응원을 즐기던 곳이지만 이날은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신촌의 한 치킨집 매니저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목에는 신촌 거리에 사람이 쏟아져나오고 매장 내에도 자리가 안 날 정도였는데 지금은 배달 주문만 들어온다"며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직원도 줄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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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야외에 테이블이 가득해 사람도 지나다니기 힘들었던 을지로 노가리 골목. 하지만 지난 7월 31일 저녁에는 골목길에 단 하나의 테이블도 놓여 있지 않았다. 노가리 골목에서 가장 유명한 만선호프에는 그나마 실내에 손님이 조금 있었지만 다른 호프집에는 아예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곳도 있었다. 손님 없는 호프집에서는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의 경기를 틀어놓고 할 일 없는 종업원만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같은 시각 신촌의 치킨골목은 사람이 더 없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스포츠 이벤트가 있을 때면 치킨집마다 TV나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중계해주고, 근처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단체 응원을 즐기던 곳이지만 이날은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손님이 없는 치킨집에는 축구대표팀의 실점을 아쉬워하는 TV 중계진의 목소리와 배달 주문 알림만 이어졌다.

올림픽 경기가 한창이던 7월 31일 저녁 서울 을지로의 호프집이 텅 비어 있다.
7월 31일 신촌의 한 포차에 주말 동안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효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한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이어지면서 ‘올림픽 특수’가 사라졌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스포츠 이벤트가 있을 때면 음식점에 손님들이 모여서 단체 응원을 하던 풍경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완전히 실종됐다.

조선비즈는 지난 7월 31일 저녁 광화문과 종로, 을지로, 신촌, 홍대, 강남, 잠실 등 서울의 주요 번화가를 찾았다. 이날은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야구 대표팀과 축구 대표팀, 여자 배구 대표팀의 경기가 같은 시간대에 열리면서 ‘한국 구기의 날’이라는 별칭까지 붙은 날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거리두기 4단계의 영향력은 야구와 축구, 배구를 합친 것보다 강했다. 기자들이 방문한 식당들은 대부분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TV 속 야구와 축구, 배구를 중계하는 중계진의 목소리만 열띤 채로 손님 없는 가게 안을 메우고 있었다.

신촌의 한 치킨집 매니저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목에는 신촌 거리에 사람이 쏟아져나오고 매장 내에도 자리가 안 날 정도였는데 지금은 배달 주문만 들어온다”며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직원도 줄였다”고 했다.

종각역의 한 호프집에는 야구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이지만 한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다. 미국과의 야구 경기를 대형 TV를 통해 틀어놨지만 한 테이블뿐인 손님마저 별 관심이 없어보였다. 이 식당에서 일하는 신모(26)씨는 “올림픽 경기를 틀어놓기는 하는데 매출에 영향은 거의 없다”며 “손님도 없다보니 저녁 내내 올림픽 중계만 보다가 퇴근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을지로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61)씨는 장사한 지 23년 만에 최고의 불황이라고 털어놨다. 코로나 이전에는 하루에 300만원까지 매출이 났는데 지금은 1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4단계 이전에는 그래도 100만원은 벌었는데 10분의 1 토막이 난 것이다. 을지로 치킨집들은 배달 주문도 많지 않아 코로나 상황에 직격탄을 맞았다.

그는 “예전에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있으면 거리에 스크린을 설치하고 맥주 마시면서 응원하는 게 을지로 풍경이었다”며 “지금은 하루걸러서 함께 장사하던 식당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고 했다.

7월 31일 방이동 먹자골목 풍경. 올림픽 경기가 한창이지만 거리에 사람이 없다. /윤예원 기자

논현동 영동시장의 한 소금구이집에서는 올림픽 경기가 한창이던 시간에도 대형 스크린에서 예능 프로그램 재방송을 틀어놓고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모(35)씨는 “지난번 축구대표팀 온두라스전 때는 손님이 두팀 밖에 없었다. 올림픽 경기를 틀어놓는다고 손님이 더 들어오는 것도 아니어서 다른 프로그램을 틀어놨다”며 “원래는 평일과 주말에 모두 일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주말에만 일하는 걸로 조정됐다. 선수들이 금메달 땄다고 해도 행복하지가 않은데 스포츠가 무슨 소용인가”라고 되물었다.

이곳에는 손님이 한 테이블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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