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와일드카드 3人 선발에 든 근본적 의문, '반드시' 이들이어야 했나?

조영훈 기자 2021. 8.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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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올림픽 남자 축구는 무엇보다 와일드카드 활약이 중요한 대회다. 동메달을 땄던 2012 런던 올림픽 당시에는 발탁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으나 결국 결과로 증명했던 박주영 카드가 있었다. 2020 도쿄 올림픽 와일드카드는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국가대표팀(U-23 대표팀)은 31일 저녁 8시 일본 요코하마 국제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축구 8강 멕시코전에서 3-6으로 패배하며 탈락했다. 상대 와일드카드가 펄펄 날았고, 대량 실점을 피할 수 없었다.

김학범 감독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 선발을 고심했다. 1·2차, 그리고 최종 훈련까지 많은 선수가 오고 갔다. 최종 엔트리에 든 선수는 22명, 와일드카드로는 황의조(지롱댕 보르도)·권창훈(수원 삼성)·김민재(베이징 궈안)이 뽑혔다. 이중 김민재는 소속팀의 차출 거부로 올림픽 개막 하루 전 박지수(상주 상무)로 교체됐다.

명단이 발표된 후,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원톱으로 기용 가능한 공격수가 와일드카드로 뽑힌 황의조 뿐이었다. 2차 훈련까지 함께 했던 오세훈(울산 현대)와 조규성(김천 상무)도 명단에서 찾을 수 없었다.

김학범 감독이 성남 FC 시절부터 지도했던 황의조는 지롱댕 보르도에서 뛰며 어느새 A대표팀 붙박이 중앙 공격수로 나선 좋은 자원이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 활약은 다소 미미했다.

황의조가 득점을 기록한 건 조별예선 3차 온두라스전과 8강 멕시코전. 온두라스전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그런데 이 득점을 들여다보면 페널티킥 2득점이 포함돼 있었다. 멕시코전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에 4점 차였던 점수를 3점 차로 좁히는데 그쳤다.

황의조는 본디 너른 움직임을 확보하며 좌우 공간을 잘 사용하고, 연계에도 능한 공격수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이 장점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중앙에 머무르는 시간이 찾았고, 몇 차례 잡은 오픈 찬스에서도 특유의 슛 감각이 많이 하락했다. 슛은 대개 약했고, 골문을 빗나가거나 골키퍼에 잡히기 일쑤였다.

그런가 하면 황의조의 능력을 잘 살릴만한 플레이도 드물었다. 김학범 감독은 이번 올림픽에서 엄원상이나 이동준 등 오른 측면 윙어가 터치라인을 따라 돌파하고 크로스를 시도하는 전술을 주문했다. 황의조는 제공권에서 큰 장점을 갖지 못하는 선수다. 그렇기에 이 전술과 황의조라는 톱니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은 느낌이 강했다. 제공권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오세훈이라도 명단에 포함돼 전술에 따라 교체 투입이 가능했다면 기회를 더 살릴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따랐다.

권창훈 선발도 큰 호응을 받기는 어려웠다. 권창훈은 2020-2021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SC 프라이부르크에서 크고 작은 부상으로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데 고전했다. 시즌 15경기를 소화하는 데 그쳤고, 공격 포인트는 1골이 전부였다.

게다가 김학범호에는 이미 좋은 2선 자원이 많았다. 이동준·김진규·김진야·엄원상·이강인·이동경 등 동 나이 대 재능이 대거 합류한 이번 U-23 대표팀이었다.

권창훈 카드 역시 황의조와 같은 맥락에서, 와일드카드로서 큰 존재감을 남기진 못했다. 조별리그 1차 뉴질랜드전에서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고, 2차 루마니아전에서는 명단 제외됐다. 그나마 3차 온두라스전에서 움직임이 활발했으나, 8강 멕시코전에서는 다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해야 했다. 권창훈이 이번 대표팀에 반드시 필요한 카드였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오히려 박지수는 안타까웠다. 김학범 감독은 소속팀과 합의가 채 되지 않은 상태로 김민재를 발탁하고 올림픽 개막 직전까지 계속 함께 훈련했다. 끝내 베이징이 차출을 최종 거부하자, 급하게 박지수를 선발했다.

박지수는 이전까지 김학범호와 단 한 차례도 훈련한 적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급히 차출됐기에 조별리그 1차 뉴질랜드전에서는 아예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그런데도 2차 루마니아전과 3차 온두라스전에 출장해 한국의 무실점을 이끌었다.

8강 멕시코전에서 수비 조직력이 완전히 와해된 점을 살핀다면 오히려 차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김민재 대신 박지수를 일찌감치 선발해 호흡을 맞췄더라면 어땠을지 의문이 든다.

한국은 멕시코를 상대로 '와일드카드 대결'에서 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멕시코의 와일드카드 3인방이 모두 맹활약했다. 루이스 로모는 1골 1도움, 헨리 마르틴은 멀티골을, 기예르모 오초아는 여러 차례 선방했다. 이에 비해 우리 와일드카드는 다소 아쉬웠다.

결과론이지만, 이번 대회를 돌이켜보면 한국의 와일드카드 3인방은 모두 실패에 가까웠다. 근본적으로 선발 과정에서 아쉬움이 있었거나, 최소한 플랜 B가 필요했던 김학범호였다. 이는 결국 자충수가 됐고, 와일드카드 활약이 무척이나 중요했던 이번 대회에서 8강에 만족해야 했다.

글=조영훈 기자(younghcho@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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