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간 노동에 곰팡이 숙소..이주노동자의 여름
[앵커]
한낮에 바깥에 나가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요즘 태양의 심술이 심한데요.
불안정한 고용환경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더 힘든 계절입니다.
생존을 위해 우리 땅을 찾아와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김예림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 A씨가 호박잎을 정리하느라 분주합니다.
A씨가 오늘 하루 동안 맡은 구역은 비닐하우스 세 동.
하루 11시간을 일하지만 쉬는 시간은 점심시간 1시간이 전부입니다.
<현장음(음성변조)>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있었는데 밥 먹는 시간이 2시간이면 저녁에 7시까지 일해요."
차양막이나 선풍기를 갖춘 곳들도 있지만 이렇게 그늘 하나 없는 곳도 있습니다.
고된 노동 후 이주노동자들이 쉴 공간도 마땅치 않습니다.
비닐하우스 안 조립식 패널로 지어진 숙소는 열대야를 막아주지 못합니다.
<응 헤은 /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많이 더워요. 땀도 많이 나고…배도 잘 아파요. (찬)물을 많이 마셔서…"
이주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기숙사입니다.
숙소 자체가 비닐하우스 안에 있다 보니 방과 화장실에 창문이 있어도 환기가 잘되지 않아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99% 이상이 사업주가 제공하는 숙소를 이용하며 69%가 컨테이너와 조립식 패널 같은 가설 건축물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로 3년을 일한 후 기간을 연장하려면 고용주의 사인이 필요해 불만을 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달성 /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이주노동자들은 고용주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 잘 보이려고 노동 환경과 조건이 열악해도 개선해달라고 감히 얘기를 못 하는…"
지금도 이주노동자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뜨거운 비닐하우스 안에서 하루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김예림입니다. (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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